글쓰기의 시작을 키우는 자리.
글 꿈 인큐베이터.
꿈은 보호가 필요해.
꿈의 크기는 나이에 반비례한다. 초등학교 때는 능력, 조건, 환경을 모른다. 꿈에 한계란 없다. 자신이 아는 가장 크고 먼 곳까지 서슴없이 말한다. '장래희망'이 아니라 '장래꿈'에 여러 직업을 적어놓곤 한다. 대통령, 스포츠스타, 기업인... 시간이 흐르고 깨닫게 된다. 중학생만 돼도 꿈은 옅어지고, 목표는 자의든 타이든 구체적인 이름으로 바뀐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또는 인플루언서. 다시 시간이 흐른다. 고등학생이 되면, 꿈은 흔적만 남아있게 된다. 이때만 해도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콧방귀를 뀐다. 대학을 가고, 직장을 찾게 되면 꿈을 말하면 외계인을 바라보듯 이상한 눈으로 본다.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냐며 비웃기도 하고, 고대 유적에서 나온 유물을 보듯 생경하게 보기도 한다.
꿈을 사전에 검색하면 3가지 뜻이 나온다. 1. [명사]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 2. [명사]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명사]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허무한 기대나 생각. 나이가 쌓일수록 꿈은 1번과 3번으로 쓰인다. 2번은 언감생심, 먹고사는 일에 매물 되어 잃어버렸고, 잊고 살아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꿈에는 보호가 필요하다.
글 꿈의 효능.
치열하게 연구했던 박사과정. 호기롭게 도전했던 벤처기업에서의 생활은 날 다 태우게 했다. 잠시 멈춰 서서 멍하니 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연약한 꿈이 죽은 줄만 알았다. 글을 쓰며 풀고 있으니 꿈이 빼꼼 올라왔다. 글 꿈. 언제까지 쉴 수 없어 무서움을 안고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회복하고, 다시 일상을 찾았다. 가끔 지루하고, 주말을 고대하며, 휴가를 기다리며 산다. 연차 높은 선배들을 보며 얕은 절망에 다다른다. 별스럽게 뛰어난 능력이 없는 한 나도 그들처럼 때때로 시간을 죽이며 살게 될 테니까. 열심히 하긴 두렵고, 지루한 일상에 글 꿈의 효능을 대단했다. 평범하던 일상이 글감의 광산이 되었다. 사람들의 말이 빛나는 제목이 되더니 작가의 서랍에 넣어 둔다. 지루하던 하루가 감사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효과가 하나 더 있다. 더 좋은 내가 되려 애쓴다. 글쓰기는 내면을 보여주는 일이라, 좀 더 좋은 글을 위해 내면을 갈고닦게 된다. 쓴 글을 보며, 또 다른 내가 되어, 스스로를 퇴고하며 일상을 보내게 된다. 글 꿈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도록 했다.
글 꿈 인큐베이터.
꿈은 쉬이 무시당한다. '되겠냐?' '먹고 살만 하는구나?' '하는 일이나 잘해라.' 말 몇 마디에 약한 꿈을 사그라들고 만다. 이때는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내게는 브런치 스토리가 인큐베이터가 되었다.
"미숙아나 출생 때 이상이 있는 아기를 넣어서 키우는 기기(機器). 온도, 습도, 산소 공급량 따위가 자동으로 조절되며 투명한 뚜껑을 통하여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창구를 통하여 젖을 먹이거나 진찰, 처치 따위를 할 수 있다."
모든 꿈의 시작은 약하다. 따뜻한 온기와 응원이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모를 때는 함께 하는 이들에게 의지하며 가야만 한다. 누군가의 사소한 응원이 사라질 뻔한 꿈을 되살린다. 누군가가 누른 라이킷이 힘이 되어 오늘을 살게 한다. 약한 글 꿈을 여기까지 키운 게 바로 브런치 스토리다. 최근에 인큐베이터에 꿈을 하나 넣어두었다. '전업 독자, 전업 작가' 지금은 무지 약하다.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 이제는 안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강한 인큐베이터가 이 꿈을 살려내리라는 사실을. 발행 버튼을 누른다. 내 꿈에 산소를 쭉 공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