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학박사다. 대학원을 다니며 무척 많은 논문을 읽었다. 회사 연구소에 취직했기에 직장에서도 논문을 읽었다. 퇴사하고는 안 본지가 꽤 되었다. 질려서 피했다. 글을 쓰다 보면,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곰곰 생각했다. 생각의 길을 이리저리 걷다 가닿은 곳이 있다. '논문'이다.
한 동안 보지 않은 논문이고 영어라 보기 싫을 줄 알았다. 웬걸 논문을 하나 들어 읽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한 편을 다 읽었다. 꽤나 긴 논문이었는데 말이다. 옛날에 길든 버릇으로 빨간색, 검은색 펜을 들고 쓱쓱 줄을 긋고,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한참 재미있게(?) 읽고 나니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냐는 질문에 논문을 읽는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읽으니 재미있다고 했다. 여자 친구는 여전하구나 라며 무엇을 읽었냐고 물어보기에 나름대로 짧게 정리해 설명했다.
여자 친구는 "오~"라는 말과 함께 "그거 글로 써봐."라고 권한다. 고민해보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저되었다. 우선 어려운 글을 쉽게 풀어쓰는 것, 그 와중에 뜻이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것. 어려웠다. 또, 논문이 정답은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라 내가 읽고 정리한 논문이 뒷날 바뀐다면, 잘못된 정보를 전달 한건 아닐까 라는 걱정까지.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그녀가 묻는다.
"논문 정리한 건 언제 발행할 거야?"
고민의 이유를 말하니 그녀는 한마디 한다.
"가볍게 해! 쉽게 쓰고 어긋나지 않게 쓰는 건 충분히 고민하고 쓰며 노력해야지. 논문끼리 부딪치는 것도 글이 되겠다. 또,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다들 재밌어할걸? 논문 주장을 서로 비교해서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그게 연구하는 과정이었잖아. 그걸 생생하게 보여주면 되지"
"아!"라는 탄성. 그녀에게 인사했다. 나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인사를 올린다.
환경에 대한 논문, 조금 더 나아가 과학에 대한 논문, 혹시 더 나아가게 된다면, 경영, 심리에 대한 논문을 읽고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