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브런치 작가인가?

브런치 작가 실패와 성공

by Starry Garden
브런치 작가 실패


브런치를 알게 된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잔뜩 모여있고, 좋은 글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뇌리게 각인되어 있었다. 글쓰기는 내가 동경하는 능력이다. 동경할 분이 잔뜩 있는 플랫폼이라니, 나도 그들의 대열에 끼고 싶었다. 또 단정한 인터페이스와 광고 없는 깨끗한 글들, 정리가 잘된 매거진과 브런치 북이 나를 브런치라는 플랫폼으로 이끌었다. 도전했다. 사실, 한 번에 붙을 줄 알았다. 아무것도 모를 때 나는 용감했다. 자신 있는 도전은 오만한 시도였을 뿐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다.

브런치 탈락 메일

2021년 12월 20일에 도전해서 2일 만에 탈락을 알리는 메일이 왔고, 2021년 12월 31일에 신청한 도전에도 빠르게 그리고 여지없이 탈락했다. 그때 쓴 '작가님이 궁금해요',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는 아래와 같다.


작가님이 궁금해요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 4년을 거쳐 중소기업에서 연구직으로 2년간 재직 중입니다. SCI(E) 논문(주저자&공저자)을 11편 발행하였고, 특허 발명자이기도 합니다. 몇 개의 상도 수상했으며, 국가지원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한국 최고, 세계의 탑은 아니지만, 세상의 1인분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터널 같은 대학원 생활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다면, 그때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이라는 터널 앞에 있는 학생과 터널을 걷고 있는 학생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는 편한 선배처럼.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멘토링’, ‘자기 계발`을 주제로 글을 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중소기업 연구원의 자기 계발기’ 제목의 매거진을 연재해 주로 15만 명의 대학원생과 연구직 직장인이 관심을 가질 내용으로 구성하겠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터널이라는 대학원/아무튼 규칙적 등 하교(생존 도구 1)/내가 연구주제를 정하지 못하는 이유
잘리면 어떡하지/능력이란 무엇인가?/나는 미라클 모닝-er다.
또 ‘커피 잘 사 주는 박사 선배’ 브런치 북까지 기획해보겠습니다.


지금 보니 떨어질만했다. '작가님이 궁금해요.'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뒤받침 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발행하고 싶은 글도 구체적이기보다는 광범위하고 식상한 느낌이 든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 본 글은 다른 사람이 적은 글처럼 생소하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여하튼 나는 두 번 시도 모두 깔끔하게 떨어졌다.


브런치 작가 재도전 준비: 생각 고쳐먹기


구글 검색창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검색해봤다.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읽을 수밖에 없는 글들이 나를 맞이 했다.


"심사 통과 3가지 노하우",

"브런치 작가 신청 한 번에 합격한 팁",

"글 한 개로 단번에 합격했다",

"한 번 만에 붙으셔야 죠?",

"브런치 작가 신청 이렇게 하면 합격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대단한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주눅이 들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스테르 담 <하루 15분, 브런치로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탈잉>이다. '이거다.' 하며 수강 신청을 했다. 브런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감사하게도 스테르 담 작가님이 글쓰기 방향도 함께 고민해 주셨다 (이제 막 시작한 제가 광고 일리도 만무하고, 내 돈 내산 해보니 무척 도움이 되는 강의였습니다. 강의가 아니더라도 스테르 담님이 연재하고 있는 <글쓰기로 개인 브랜딩 하는 법>,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가 도움이 되리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다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을까? 아니다. 하지 않았다.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 도전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사실을. 그리고 목표도 바뀌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글을 꾸준히 써내는 일로 말이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모인 글이 나를 만들고, 쌓인 글들이 책이 되는 것이지, 브런치 작가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브런치 작가 재도전 준비: 꾸준히 쓰기


생각을 고치곤 꾸준히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습관을 만들었다(<좋은 습관 만들기 3단계>를 참고). 마치 글을 꼭 쓰라는 운명처럼 습관을 만들고자 다짐을 했을 때, 동생은 독립서점과 카페를 운영하려고 했다. 독립서점에 들어오는 책들에는 짧은 서평이 필요했고, 나는 꾸준한 글쓰기를 하겠노라 했으니, 둘의 목표가 일치하게 되었다(티스토리 커피 문고).


목표가 일치되니 대표인 동생은 즉시 내게 '북 큐레이터'라는 직책까지 줬다. 매일 썼다. 그렇게 80일쯤 되었을 때, 매일 발행을 위해 예약해놓은 서평까지 합하니 글이 100개가 되었다. 그때 잊고 있던 '브런치'가 생각났다. 이번에는 당연히 합격하리라는 건방진 태도가 아니라, 이번에 도전하고 안되면 서평 200개가 되었을 때 다시 도전하리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때 쓴 '작가님이 궁금해요',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는 다음과 같다('작가님이 궁금해요'는 그때 작성한 것이 남아있으나,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는 안타깝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에 복원했다).


작가님이 궁금해요.


- 2008~2014, OO 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학사 졸업
- 2014~2016, OO 대학교 일반대학원 환경에너지공학과 석사 졸업
- 2016~2020, OO 대학교 일반대학원 환경에너지공학과 박사 졸업
- 2020~2022, 폐수처리, 양식 수처리 벤처회사 (주) OOOO 기업부설연구소 과장
- 2022~, 커피 문고 북큐레이터
- SCI(E)급 논문 11편, KCI 3편, 특허 3편, 학술발표 15건, 참여 연구 프로젝트 25건,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학술대회 우수 논문상 2회 수상.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환경기술로 읽어내는 삶 이야기
10년간 환경기술을 공부하고 현장에 적용하였습니다. 환경 기술을 가까이할수록 우리의 삶과 비슷한 면이 있고, 환경 문제 해결 방법이 제 삶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되곤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소통이라는 단위변환>, <걸러 듣기: 스크린 공정>)
자네 대학원생인가?
대학원 생활 6년간 치열하게 살아내고 견디며 살았습니다. 이때 알아낸 노하우를 그저 흘러 보내기 아까웠습니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분이나, 현재 대학원에 계시는 분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자네 대학원생인가>, <연구의 시작 논문 찾기>)


내 소개는 내가 쓸 글을 뒷받침할만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건조하게 써냈다. 건조하게 쓴 것의 장점은 확실한 정보 전달에 있다. 그것만 있다면, 이력서가 되겠지만,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를 함께 본다면, 내가 쓸 콘텐츠와 지속 가능성이 있음을 알릴 근거가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콘텐츠는 환경공학 기술이었고, 대학원 생활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테마가 <환경기술로 읽어내는 삶 이야기>이고, <자네 대학원생인가?>이다.


브런치 작가 새로운 시작


결과는? 합격했다.


브런치 합격 메일


합격을 한 줄 몰랐던 아침. 브런치 글을 읽으려 들어갔는데, 전에 없던 '통계'라는 탭이 생겨있었다. 이게 뭐지 하며 들어갔다가, 컴퓨터를 켜 메일을 확인했다. 내 글을 기대한다는 브런치의 메일이 왔다. 내 브런치 작가의 삶이 시작되었다.


브런치 작가는 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지만, 며칠간 즐거웠다. 꾸준히 글 쓸 수 있는 플랫폼이 하나 늘어났다. 부지런히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지금도 매일 하나씩 글을 올리고 있다. 신기하게 쓰다 보니 매거진은 늘어났고, 이제는 그 매거진에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쓰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처음을 기억하며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게 한건, 꾸준히 쓴 서평이었다. 글쓰기 내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키워기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일이 가능한 것 같다. 이제는 '무언가를 이루겠다', '책을 반드시 출간하겠다'라는 비장함보다는 '내가 아는 노하우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면 좋겠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면 좋겠다'로 가벼워졌다.


이제는 그저 쓸 뿐이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시는 분들도 떨어짐에 아쉬워하지 마시고 꾸준히 쓰시면, 반드시 합격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다만, 꾸준히 써서 내공이 쌓이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딜 의지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당신은 작가이고, 도전하는 모든 작가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누군가가 "자네 브런치 작가인가?"라는 질문에 "네! 열심히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P.S

스테르 담 작가님에게 감사합니다. 책 쓰기가 아닌 글쓰기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신 덕에 브런치 작가도 되고 지금도 꾸준히 글을 쌓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디서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