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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사장님이 덤을 잔뜩 주시는 이유.

저도 덤을 드리고 싶습니다.

by Starry Garden
덤입니다.


시장에 자주 간다. 주차는 불편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다니기도 불편한 시장. 장날에는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복잡하다. 그래도 시장 가는 이유는 바로 사람 나는 냄새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 사는 냄새는 특히 귀하다. 사람이 내는 향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향을 내기도 하고, 시장에 오시는 분들도 자신 만에 독특한 색을 보여주기도 하신다.


시장에 가는 특히 좋은 이유는 바로 '덤'이다. 덤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러한 물건." 시장에 가면 값과는 관계없이 거저 주는 물건이 참 많다. 가만히 보면, 산 물건 보다 더 줘도 남나 싶을 정도다. 단골 방앗간. 여쭤봤다.


"이렇게 주시면 남는 게 있어요?"


"남으니까 장사하죠. 또 와주세요."


물론, 덤을 영업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또, 오라는 기원일까? 아니면, 꾸준히 방문해 주는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 쥐어지는 물건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덤에는 오직 영업만 있을까?


사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시장에서 넘겨받은 덤은 마음을 가득 채운다. 거 저주신 물건에는 마음을 가득 채우는 일이 된다. 사람 냄새를 몸에 가득 채우고 돌아온다. 덤은 이상하다. 작은 양이지만, 받고 나면 마음을 가득해진다. 주신 사장님은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덤으로 구매한 사람은 기쁜 마음을 얻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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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저주신 물건이 두 사람 마음을 가득 채운다. 돌아오는 차에서 덤이 마음에 굴러다닌다. 덤은 시장에만 있을까? 덤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돌돌 굴리며 기억하고 있으니, 삶 곳곳에 덤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다 덤처럼 다가온 자투리 시간이다. 막히지 않던 길 덕분에 일찍 도착한 약속장소.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자투리 시간. 덤이다. 인생에 주어진 덤. 난 이 순간 느긋하게 시간을 즐겨본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집중해보기도 한다. 혹시 글감이 있을까 해서.


덤. 집중을 거두고, 휴대전화를 뒤적인다. 그동안 전화를 걸지 못한 친구가 떠오르기도 하고, 스승님을 향한 감사한 마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함께 살지만, 모두 바쁜 하루를 보낼 가족 생각도 떠오른다. 덤이다.


덤은 끝나고, 약속을 한 친구가 시계를 보며 빠르게 다가온다.


"일찍 왔구나?"


생각을 거둬드리고, 휴대전화는 덮었다. 친구와 이야기는 시작되었지만, 덤에 대한 조각이 마음에 남았다. 거저 받아 든 '덤'. 영업 한 조각이 담긴 덤. 그래도 마음이 가득해진 덤. 매번 받기만 하는 덤. 나도 이제는 덤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말로 전하는 덤. 가까운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덤. 시간을 내어 돕는 덤.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덤을 주면 내 마음부터 채워지리라. 덤을 주시는 사장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받는 분들이 혹시나 덤을 주는 나에게 왜 덤을 주냐고, 남는 게 있는지 묻는 다면, 사장님이 했던 말들 전하고 싶다.


"남으니까 덤을 주죠. 제 덤을 또 기다려주세요. 이건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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