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Nov 01. 2024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글을 써요.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소설을 읽는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독서습관을 독서모임으로 바로 잡은 덕분이다. 시간을 쪼개 읽는데, 내게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 글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소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이야기로 메시지를 기억에 아로새기고,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소설에 있다.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이 가득한 소설을 읽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줄거리를 짧게 줄이면 다음과 같다. 연남동 한 편에 있는 빙굴빙굴 빨래방. 코튼향이 그윽한 곳에는 마법의 다이어리가 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빨랫감과 눅눅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빨래방으로 온다. 그들은 비슷한 행동을 한다. 다이어리에 몇 자 적는다. 그럼 마법처럼 빨래와 마음 모두가 뽀송해진 채로 돌아간다. 만년 보조작가. 후배들에게 추월 당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여름이도 빨래방에 온다. 그가 말한 문장이 마음에 콕하고 들어왔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


  '사랑, 우정, 존경, 희망, 꿈, 행복, 신념, 지혜...' 많다. 추상적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처럼 사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소중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가치 절하 당하기 일쑤다. 사랑도 우정도 존경도 희망도 꿈도 행복도 지혜도 모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이다. 안 된다면, 충분한 돈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웃자 하는 소리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이 소중한 것을 보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랑을 위해 왕도 포기한 사례가 있고, 신념을 위해 목숨을 저버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창한 사랑도 우정도 존경을 이야기하기엔 내가 작은 사람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안다.


  다시 소설로 가보자. 여름이는 글을 쓴다.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막막한 현실에 벅차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글을 쓴다. 다이어리에 몇 자 적어둔다. 쓰는 일로 잊고 있던 소중한 보불을 찾는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글로 만들어지니 생각난 모양이다. 바로 글쓰기. 눈에 보이지 않은 희망을 따라 지칠 때, 소중한 것들이 눈에 보이게 하는 것.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순간을 잡아내 소중함을 보이게 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상관이랴. 내가 소중하다 느낀 것을 보이게 한 지점이 중요하다. 그렇게 소중한 것을 꺼내고 이리저리 돌려보다 보면, 놓치고 있던 부분도 보인다. 놀라운 일이 있다. 반드시 공감하는 분들이 나타난다. 삶을 특별날 게 없고, 인간이라는 같은 종족이라 그런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반드시 있다. 


  요즘 소중한 것이 옅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곧 잃어버릴 것만 같다. 펜을 들고, 키보드를 찾는다. 쓴다. 보인다. 보이지 않아 평가 절하 되었던 것들이 검은색 문자로 콕콕 박힌다. 쓰자. 쓰자. 쓰자. 흐려지는 소중한 것을 지키자.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또 생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