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y 05. 2022

퇴직금에 대하여

쉽게 물어볼 수 없었던 것들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괜한 소문이 생길까 봐
누구에게든 퇴직금에 관해 묻기 꺼려졌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퇴직사유 다음으로 동료들에게 많이 받은 질문은
퇴직금을 많이 받는 방법이었습니다.



퇴직금의 산출기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직전 3개월의 ‘1일 평균임금 × 30일’과 근무연수를 곱한 것이고, 거기에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포함되며,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이 정도 외에 더 궁금한 것도 없었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퇴직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 관계부서는커녕 주변 선배들에게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주변 가까운 동료에게 물었다가는 ‘이직 준비한다, 마음이 떠났다.’, ‘쟤 요즘 힘들다더라, 관심병사다.’ 별별 소문이 다 날 수 있다. 만일 그게 두렵다고 퇴직금을 관리하는 부서에 직접 물어봤다가는 퇴직이 기정사실이 될 수 있다. 아마 “퇴직하는 걸 직속 인사권자인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인사부서에 먼저 문의하냐?”며 화를 내는 팀장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그 규모가 어떻든 좁은 세계다. 결국 진짜 퇴직하면서야 퇴직금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대체로 법적 기준에 대해서만 안내하는 경우가 많으니, 나름의 팁을 공유한다.

일단 연차는 모두 소진하고 퇴직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회사는 연차 보상비를 주변에서 들어본 어느 회사와 비교해도 단연 많이 주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연차를 소진하고 급여로 받는 편이 유리하다. 연차 보상비는 법적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들었다. 회사마다 재량껏 기준을 운영하고, 연차 사용을 장려한다는 근거만 만들어 두고 보상비를 전혀 주지 않는 회사도 있다. 아무리 많이 줘도 급여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

연차는 유급휴가인 만큼 모두 소진해서 급여를 하루치라도 더 받고, 근무 일수를 늘리는 것이 어떤 경우에든 유리하다. 그리고 하계휴가가 연차와 별도인 회사는 허용 기간에 따라 하계휴가도 사용하고 퇴직하는 것이 좋겠다.

회사가 제공하는 건강검진도 받기를 추천한다. 건강검진에 따른 공가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유급휴가까지 생기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혹시 연차를 보상비로 받기로 했다 하더라도, 근속 보상이나 경조사에 대한 공가가 남아 있다면, 이런 휴가는 반드시 퇴직 전에 사용해야 한다. 보상비로 돌려주는 회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상여금의 경우 연봉에 포함된 정기상여라면 퇴직금 산정에 포함된다. 하지만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되거나 포상 성격의 일회성 성과급은 포함되지 않는다. 성과급이 나온 후에 퇴직하겠다고 꼼수를 부려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근무 개월 수가 늘어나니 약간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회사가 연간 한도를 두고 지급하는 복지포인트는 식비와 같은 복리후생으로 포함되는 금액이어서, 그 해의 근무 일수에 비례해 계산한다고 한다. 미사용분을 현금으로 지급하지는 않고 넘치게 사용하였을 때는 퇴직금에서 공제되는데, 특히 전년에서 이월된 금액이 있다면 놓치지 않고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른 그룹사인 남편도 기준이 같은 것으로 보아 대체로 비슷한 기준으로 운영되지 않나 생각된다.

건강보험을 고려하면 월말이 아닌 월초에 그만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동료에게 듣고 알아보았다. 지역가입 건보료는 자산에 따라 다르지만 직장가입은 50%를 회사가 내주었기 때문에 대체로 생각보다 높은 금액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한 달이라도 직장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럴 때 임의계속가입(36개월까지 전 직장에서 내던 건보료를 유지하는 제도)을 신청할 수는 있긴 하지만 조건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가능하다면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더욱 좋겠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수 없는 상황도 있을 테고, 연차를 사용한 후에 퇴직하는 것이 매우 눈치 보이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유리한 방향으로 가능한 선택을 하자는 것이지, 회사와 얼굴 붉히며 다툴 필요는 없다. 이직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시도할 예정이라면 더더욱 회사와 원만하게 협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인사 관련 부서는 경력 증명, 소득 증빙 등 서류가 필요해서 다시 연락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사실 인사팀에 동기를 비롯해 친하게 지내는 동년배의 동료도 많아서 퇴직을 결심한 후에 퇴직금 관련한 내용은 빠삭하게 알 수 있었다. 거기다 먼저 퇴직한 금전 문제에 아주 예민한 동기들이 다양한 팁을 먼저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퇴직금과 퇴직 시기 관련한 동료들의 질문에 술술 대답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어떤 사람들은 ‘너는 엄청나게 주인의식과 사명감으로 일했던 것처럼 말하더니, 퇴직금을 어떻게 받는 게 유리한지 엄청나게 계산한 것 같다?’라는 식으로 아니꼽게 보더라는 것이다. 퇴직하는 마당에 일일이 그런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무시했지만, 정말 황당한 일이다. 본인들이 궁금해서 물어봤으면서, 그걸 알려주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퇴직금은 회사가 주는 상이 아니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나의 권리다. 연차도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지, 회사가 베푸는 온정이 아니다. 내가 받아야 하는 돈을 누락 없이, 이왕이면 나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별히 계산적이라 할 일도 아니요, 더군다나 회사에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는 악덕 직원 취급은 어이가 없다.


작지만 소중했던 월급이 그리워질 나에게
퇴직금이라는 단비는 더더욱 소중하다!
잘 알아보고, 잘 챙겨 받자!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격리가 퇴사에 미치는 영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