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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 Lee Jun 01. 2018

정보의 편집력과 콘텐츠의 미래

5월의 첫날, 오전에 일본에서 꽤 흥미로운 인사 발표 뉴스가 있었다. 지금의 <뽀빠이(POPEYE)>를 만든 전설적인 편집장 키노시타 타카히로(木下孝浩)가 5월부터 유니클로(UNIQLO)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POPEYE>의 전 편집장 기노시타 다카히로.


기사에 따르면, 키노시타 전 편집장은 유니클로에서 브랜드디렉팅과 마케팅, 점두의 커뮤니케이션, 상품 디자인을 모두 포함한 정보 발신의 ‘편집’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회장은 “유니클로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상의 ‘정보의 편집력’이 중요해진다.”고 코멘트. 키노시타는 “이전에도 <뽀빠이>에서 (유니클로의) 스냅 컷 특집을 하기도 했고, 최근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브랜드가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이미 일본의 얼굴입니다. 앞으로도 항상 ‘좋은 얼굴’의 유니클로를 국내외에 어필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 기사 원문

https://www.wwdjapan.com/608250


활자 매체의 전설적인 편집장이 (물론 패션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단순한 매거진 편집장 이상이었지만) 거대 패션 리테일 회사로 스카웃된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개인적으로는 ‘가수 탑TOP + 소더비 옥션’ 조합 이후 가장 흥미롭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유니클로 회장이 말한 ‘정보의 편집력’이라는 부분.


최근 출판 업계의 화두인 ‘북 큐레이션’도 마찬가지 맥락인 것 같은데, 즉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누가 무엇을 제안하는가’, 라는 이른바 ‘정보의 발신자’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정보의 편집(큐레이션) 능력을 가진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 큰 틀에서 보면 츠타야의 마스다 회장이 몇 년 전부터 강조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제안력’ 바로 그 얘기다.


지금의 <POPEYE>를 만든, 시티 보이CITY BOY를 콘셉트로 한 감각적인 화보들. 모던한 캐주얼을 바탕으로 젊은 스트리트 감성을 입힌 이른바 '뽀빠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또한 패션에 한정하지 않고 식음료, 여행, 연애, 직업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서 뽀빠이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왔다.


그 자신이 바로 <뽀빠이> 스타일의 아이콘이었던 키노시타 편집장.


https://youtu.be/0okW_3_cu6Q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스콘 슈만, 가랑스 도레와 함께 제작한 J.Crew의 키노시타 편집장 영상.


이 뉴스를 접하고 나니 마침 노동절에 읽은 <출판하는 마음> 중 온라인서점 알라딘 박태근 MD의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이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갔는데, MD를 지망하는 분들을 위한 코멘트였다.


“MD 이후를 상상하는 게 필요해요. MD라는 직업군에 자기를 가두기보다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책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기획을 시도하고 실행해보며 경험의 폭을 넓힌다면, 그것은 자신의 자산이 되면서 서점 MD라는 직업의 역할을 넓히는 일도 될 거예요. ‘책을 파는 사람’이라는 짧은 문구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들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야만 ‘책을 파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78p)


은유 지음, <출판하는 마음>, 2018, 제철소


스스로 출판의 형태로 콘텐츠를 편집하는 일을 하면서, 언제나 지금의 작업 영역 그 이상을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콘텐츠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점을 가지고 정보를 편집하는 능력은 다가올 시대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업무 능력이 되지 않을까.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이 <지적자본론>에서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를 말했다면, 마찬가지로 콘텐츠의 영역에서는 "모두가 에디터가 되는 시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데이터 환경의 발달로 개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으며, 어쩌면 우리 모두 죽기 전에 싱귤래리티가 올지도 모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영원한 직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오로지 언제든 변용가능한 ‘내 일과 역할’이 있을 뿐. 직업은 변해도 일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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