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작가'가 되다니.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브런치와 함께 이룬 작가의 꿈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작가님!"
나는 누군가 나를 작가님으로 부를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곤 한다.
어릴 적, 나는 요즘 논술학원정도 되는 '글방'에 다녔다. 맞벌이, 발달장애동생 때문에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글방'은 내게 '돌봄 교실'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엔 항상 읽을 책들로 가득했고, 늘 글을 쓰고 이야기 나누던 곳이었다. 학교 끝나면, 나는 그곳에서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나는 새로운 책을 읽고, 즐겁게 글을 썼다.
글방의 원장님은 등단한 시인이셨다.
그곳을 다니며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평범한 일상'이었고, '놀이'었고, '취미이자 특기'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과 별개로, 내게 '작가'란 '어려움'이었다. 어린 시절 원장님을 통해 바라본 시인이란 늘 현실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힘듦을 감내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이 마냥 '즐거움'이 아니라는 걸 어린 시절 어설프게 고뇌의 삶을 엿봤다. 원장님은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며, 뼈를 깎듯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셨다. 그렇게 힘들게 세상에 글을 내놓으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는 건 좋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학교를 다니며 늘 글을 쓰는 '글쟁이'였고, 문학 대회만 있으면 출전하는 소위 '선수'였지만, 난 '작가'는 단 한 번도 꿈꾸지 않았다. 아니 꿈꾸지 못했다. 작가란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난 그런 사람이 못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시간은 어느새 목에 집 현관열쇠를 걸고 '글방'을 다니던 때를 지나, 손가락 하나로 문을 여는 시절이 되었다.
변해버린 세월만큼 '작가'도 '글'도 '글을 읽는 매체'도 많이 바뀌어갔다.
사람들은 종이책 대신 핸드폰으로 글을 읽고, 작가들은 '등단'이라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글을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성인이 된 난 더 이상 글을 쓸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글이 쓰고 싶었다. 혼자만 간직한 글들로 내 노트는 가득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글을 썼다.
나는 '작가'라는 거대한 꿈을 가지고 처음 '브런치'의 문을 연 게 아니었다. 나는 그냥 글을 썼다. 늘 하듯, 나에게 '즐거움'이었던 그 마음으로.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써 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댓글이 달렸다.
'작가님 글에 많은 공감이 됩니다.'
나는 머리를 쾅 맞은듯했다. '작가님'이라니!
그렇게 어느새 나는 '작가'가 되어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 생각했던,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던 '작가'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단 걸. 글방 원장님은 사실 마냥'힘듦'이 아니었을 거라는 것. 그 속에서 마음이 발산되어 결국엔 '희열'이 있었을 것이란 것, 그냥 썼을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장님은 글을 쓰고 또 썼을 거라는 걸.
브런치를 통해 나는 감히 꿈꾸지도 못한 꿈을 어느새 이루었다.
나는 그냥 나의 이야기를 썼는데, 어느새 나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그렇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는 이제 꿈이 생겼다.
난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는 '비장애 형제'이다.
난 때론 이러한 비장애 형제라는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나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비장애형제만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브런치를 통해 여러 글들을 쓰고 있지만, 때론 비장애형제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쓰기도 한다.
브런치를 통해 가장 많이 알리고 싶은 글은 바로 '비장애형제'에 관한 것들이다. '브런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장애형제에 관한 나의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구나!" 하는 공감을,
또 누군가에겐,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이해를,
또 누군가에겐, "이런 고민과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구나!" 하는 고민을
줄 수 있기를.
내 글을 통해 세상에 단 한 명에게라도, 공감과 이해의 마음이 닿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닿는 꿈을 꾸며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쓴다.
감히 꿈꾸지도 못한 꿈을 '작가'를 이루게 해 준 브런치를 통해,
나의 또 다른 꿈이 이루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