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익숙한, 과거에는 혁신을 넘어선 무서웠던 새로움.
나는 예전부터 교과서에 '잠깐만!'혹은'쉬어가기' 이런 코너를 좋아했다.
생물, 과학 전공서적이나 교과서에 '부록' 코너 속 항상 있는 내용들이 있다.
"영원히 살아 있는 헬라세포"
"최악의 부작용 탈리도마이드"
"생명과학의 혁명 왓슨과 크릭"
그리고, '시험관 아기의 탄생'이다.
영화 '조이의 탄생'은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조이의 탄생 Joy>
출시일 : 2024.11.22.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15분
채널 : NETFLIX
소개 : 1960~197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온갖 어려움에 맞서며 체외수정 방법을 개발하려 애쓴 선구적인 세 과학자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영화는 생명과학을 공부했던 사람들은 한 번쯤 봤던,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생소할 세포모양부터 시작한다.
체외수정의 과정, 현미경 속 실험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여주인공 '진'이 '에드워드'박사의 실험실에 면접을 보러 온 것으로 이야기는 문을 연다.
면접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은 만큼,
영화는, 그리고 실험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간호사였던 '진'은 과학자 '밥 에드워드'실험을 함께하게 되고, 새로운 수술법(지금은 흔한 복강경 수술)으로 의학계에서 미움받고 있던, 실력이 출중한 산부인과의사 '페트릭 스텝토'를 찾아가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 세 명의 선구자, 과학자들이 고군분투하여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험은, 역사는 그리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수많은 좌절을 경험한다.
새로움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 낯섦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 그리고 종교와 인식, 고정관념에서 오는 갈등은 이들을 힘들게 만든다.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영화 속 그들을 둘러싼 사회환경이, 종교가, 그리고 진의 엄마가.
그들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다.
요즘 셀 수 없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체외수정'이고, 익숙한 단어'시험관 아기'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전에 없던 낯섦이었고, 처음 보는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보면,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전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기에,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그들의 답답함이,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예를 들어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있다.
과거 1950년대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개발되었다. 임산부의 입덧완화제로 많이 사용되었고,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많이 팔렸다. 하지만, 광학이성질체(오른손 왼손과 같이 마주 보는 형태)로 존재하는 이 약의 성분이 한쪽은 입덧완화제이지만, 한쪽은 태아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몸에서 부작용이 있는 쪽으로 전환되어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였고, 이로 인해 전 세계 만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최악의 의료참사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과학 기술의 발전, 특히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과학기술의 탄생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넘어서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영화에서 체외수정 역시 그랬다.
사람들은 체외수정을 신의 영역에 손대는 것이라 생각했고, 보수적인 종교집단에서는 '진'을 배척했다.
스스로도 혼란스러웠고, 엄마한테까지 외면당했던 '진'은 실험을 포기했다.
수많은 좌절과 포기.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까지 영화는 답답하고 느린 걸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진.
다시 시작한 '진 퍼디'와 '밥 에드워드' '페트릭 스텝토'.
그렇게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이루게 해 줄 과학발전으로 한걸음 걸어간다.
"여성은 당연히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런 기대가 있으니까요.
당연한 걸 못하는 고통. 그게 제일 힘들어요."
"당장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음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여러분 없이는 연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걸요."
진이 했던 이 두 대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 일 것이다.
당연한 걸 가능하게 하려는 연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꿈의 자리.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오늘날에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역사의 평가와 함께
첫 시험관아기, 즉 조이의 탄생으로 끝을 맺는다.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훗날, 밥 에드워드는 2010년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는다.
(영화에서는 밥 에드워드인데, 위키백과에서는 로버트 에드워드이다.)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함께 영화는 끝을 맺는다.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역사 속 과학 발전은 결국, 수많은 좌절과 시도 끝에 '사람들'이 한 일들이었음을 보여주는 영화.
"조이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