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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Oct 10. 2018

함께 퓨처스리그를 뛰는 마음으로

[스얼레터#147] 야구가 가장 아름다운 가을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 

제가 스얼 매니저로서 쓴 뉴스레터의 도입부를 전재합니다. 스얼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매주 뉴스레터로 찾아가는데요, 스얼레터를 구독하시거나 스얼 브런치 매거진에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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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8 함께 퓨처스리그를 뛰는 마음으로 


제 동료들은 제게 "승아 님에게는 '평소의 승아 님'과 '야구를 좋아하는 승아 님'이라는 두 자아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제가 야구 볼 때 좀 이상해지거든요. 


그래서인지 제게 프로야구를 이 지경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묻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신기하게도 그 계기는 이미 잘 하는 1군 경기를 보면서 치킨을 먹던 때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뽕’을 주입해줄 때도 아니었습니다. 2군 경기, ‘퓨처스리그’를 보면서였죠. 


아세요? 퓨처스리그는 그늘도 없는 2군 구장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대낮에 시합한다는 걸요. 관중이요? 주말 경기는 좀 낫지만, 평일에는 당연히 열 명도 채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1군에서나 볼 수 있는 응원은 당연히 없고요. 아주 조용하고, 아주 뜨거운 곳에서 시합하는 거죠. 팬 입장에서도 그렇게 뜨거운 낮에 경기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런데 그렇게 사서하던 고생이 가장 뿌듯할 때가 언제냐면요, 그렇게 2군에서 보던 선수들이 1군에 콜업되는 순간, 그리고 1군에서 많은 '처음'들, 프로 데뷔 '첫 안타', '첫 승', '첫 홀드', '첫 슈퍼캐치', '첫 홈런'... 이런 것들을 기록할 때예요. 안 그래도 저는 '처음'이라는 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인데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운동하던 선수들이 1군에서 기록하는 많은 '처음'들이 꼭 제 일인 마냥 기뻐서요.  

제가 SNS에 남겨둔 기록 중 하나를 보여드리면요.


"딱 작년 이맘때, 5월 16일. 퓨처스리그 고양다이노스와의 경기를 보러 갔었다. 일하면서는 퓨처스 경기를 거의 못 갔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그날 선발투수가 허준혁, 포수가 최용제였다. 그 배터리를 1군에서 본다. 대승했다. 선두권 팀들이 지는 동안의 승리라 더 값지다. 긴장한 빛이 역력했지만 마지막으로 등판했던 홍영현까지, 왠지 감격스러운 오늘. (2016년 5월 4일)"


어쩌면 퓨처스리그, 한낮의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일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퓨처스'리그인 거겠지요. 언젠가 '미래'에는 큰 야구장에 가득차게 울려 퍼질 나만의 응원가를 들으며 라이트가 있어야만 하는 '저녁 경기'를 뛸 것이라는 꿈이 있는, 미래의 1군을 위한 리그니까요. 

그 기분을 요즘은 가끔 일하면서도 느끼곤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저희가 이래저래 모시거나 부족하나마 조금씩 도와드렸던 팀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릴 때, 함께 모셨던 팀들이 힘을 합쳐 협업 소식을 들려주실 때, 너무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에 벅찰 때가 많습니다. 물론 소식을 직접 전해주시지 않더라도 기사를 검색하다가 알고선 혼자 좋아할 때도 많고요. (다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스카우터가 된 것처럼 처음 나온 서비스들은 최대한 다 써보려고 하고, SNS에서 발견하는 팀들은 다 연락드려보려고 하고, 그런 분들을 저희 행사나 언론에 더 많이 소개하려고 해요. 그런 마음으로 일하는 순간들이 어쩌면 '야구 팬'인 저와 '스얼 매니저'인 저의 가장 큰 공통점이 아닐까 싶어요. 함께 퓨처스리그를 뛰는 기분으로요.

아직은 구장 가득한 응원가가 들리지는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매일이 쌓이면 어떤 멋진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 그런 날들을 설명하기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야구적 표현'이 바로 '런다운'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구라는 스포츠의 낭만을 아주 멋지게 그린 제가 좋아하는 책, 서효인 시인의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의 한 구절을 위에 사진으로 붙여봅니다. 
 

- 야구가 가장 아름다운 가을이 끝나는 게 아쉬운 이승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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