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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May 20. 2019

할랄 푸드, 무슬림 그리고 스타트업

먹으면서 먹는 얘기 하는 게 제일 좋은 액셀러레이터 종사자의 메모

2019 5-8 시즌 트레바리 식식-그린 클럽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클럽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업계 지인들과의 모임도 잦고 취미로도 자꾸 업과 관련된 것들을 하니까 트레바리만큼은 업과 관련 없는 분야를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식식-그린'을 선택했다. 


지난 시즌 식식 클럽에 참여했던 승학 님의 추천도 있었고, 문토 '생각하는 술꾼'에서 술을 배웠던 지난 1분기의 기억도 한몫했다. 먹고 마시는 일은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많이 배우고, 알고 즐길수록 경험이 풍부해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난주 금요일, 첫 모임을 가졌다. 우리 클럽의 첫 책은 언어학자 댄 주래프스키의 <음식의 언어>였다.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언어학을 전공한 미식가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덕업일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맛집 블로거 리뷰 100만 건을 조사해 리뷰에 드러난 고객의 심리를 분석한 부분 등도 흥미로웠다. 여하간 그렇게 책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는데, 한 분이 내게 물으셨다. 


할랄 푸드 관련된 스타트업은 없어요?


내가 액셀러레이터 종사자인 걸 알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말씀하신 부분이지만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 -건강, 체질, 사상, 종교 등-로 가질 수 있는 식단의 다양성을 지키고, 좀 더 나은 식문화를 만들 수 있는 푸드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비건 식품, 대체 식품 기술 등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짬을 내서 좀 공부를 해봤다. 모를 때는 안 보이던, 무슬림 문화를 겨냥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할랄 푸드와 무슬림 시장 규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할랄(Halal)이란 이슬람 법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랄 음식이라고 일컫는다. 할랄 방식으로 도살한 고기와 그 고기를 가지고 만든 음식, 민물고기를 제외한 생선, 소, 양, 닭 등의 고기, 그 외 채소 등을 포함한다. 


공산품의 경우 할랄 식품에 할랄 인증마크를 붙이고, 그 인증을 받기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워낙에 원재료, 생산 공정 등 인증 과정에서 제품 생산의 다양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할랄 인증받은 제품과 식당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식품 업계에서도 이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서다. 한국할랄인증원에 따르면 할랄 식품의 시장 규모는 2020년 4,338조 원, 그때까지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도 무슬림이 많이 늘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거주 무슬림 인구가 13만 명,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이 86만 6천 명으로 추산되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외식업계, 식품 산업계에서는 무슬림의 선택지가 적다. 문득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3년, 우리 학교에 국내 대학 최초로 할랄 푸드코트가 열렸던 기억이 났다. 캠퍼스에 늘어나는 무슬림 유학생들을 배려한 굉장히 빠르고, 멋진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어디서든 원하는 음식을 먹고, 먹을 수 없는 음식을 거부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는 세계의 스타트업들 


01 Have Halal Will Travel(HHWT)

HHWT는 무슬림들이 여행할 때마다 할랄 식당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페인 포인트에서 시작한 여행 플래닝 앱이다. 공동창업자 3인은 서울에서 교환 프로그램을 하던 중 할랄 식당과 무슬림 친화적인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고자 이 서비스를 만들었다. 


Have Halal Will Travel 웹사이트 화면


02 Halal Trip / Islamic GPS / CollabDeen

할랄 트립은 여행하는 무슬림들이 사원과 할랄 식당을 찾도록 돕는 앱으로, 싱가포르에서 시작했다. 특히 할랄 트립의 경우 기도 시간이 중요한 무슬림들에게 '다목적 기도 시간 계산기', '비행 중 기도 계산기'를 제공해 육지는 물론 바다와 하늘에서도 기도 시간과 방향을 찾도록 도와준다.


Islamic GPS는 무슬림들에게 모스크와 이슬람 유적 장소들을 찾게 하는 인터랙티브 앱이다. CollabDean 는 AI 기반의 무슬림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모스크를 찾게 하고 이벤트, 브랜드, 비즈니스, 인플루언서들이 소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03 Halal Dining Club

할랄 다이닝 클럽은 건강과 관련된 식 제한(글루텐 프리, 락토 프리, 알레르기, 체중 감소)은 물론 신념을 바탕으로 한 식 제한(채식, 할랄, 유대교의 코셰르)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비즈니스가 된 케이스다. 싱가포르, 런던, 토론토, 버밍햄, 방콕, 뉴욕, 맨체스터,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훌륭한 다이닝들을 알려준다. 


04 그 외 무슬림 문화를 위한 여러 스타트업들 

할랄의 반대말은 이슬람 율법으로 금지한다는 뜻의 '하람(Haram)'이다. Salam 브라우저는 포르노, 도박, 종교 범죄 등 '하람' 콘텐츠를 보지 않게 하는 무슬림 브라우저다. 


MuzMatch는 Y Combinator 얼럼나이로 싱글 무슬림들을 위한 데이팅 앱이다. 210개 국가에 100만 유저를 확보했고, 그중 2만 5천 건의 매칭을 성사시켰다. 


그 외 할랄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B2B 이커머스 플랫폼 Zilzar, 바비 인형이 아닌 무슬림 인형을 만드는 Salam Sisters, 세계 최초 핸드메이드 여행용 기도 매트에서 히잡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한 일본 스타트업 Takva, 무슬림을 위한 저널 Journal for Muslims 등이 있다. 


Salam Sisters의 제품 사진 / Salmon Sisters



무슬림 스타트업에 모이는 자본은


무슬림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에 신념에 따른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슬람 법(샤리아, Shariah)을 따르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 Ethis라는 플랫폼을 통해 위에 언급한 HHWT 등의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했다. 

무슬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Ethis의 화면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에 세계 최초로 이슬람 벤처캐피털이 생기기도 했다. 이 벤처캐피털 또한 샤리아에 따라 스타트업에 자본 투자를 하며, 이슬람 개발은행과 말레이시아 재무부의 후원으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는 사이버자야(Cyberjaya)라고 불리는 무슬림판 실리콘밸리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창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무슬림의 경우 투자 유치 또한 샤리아에 따라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어 까다롭고, 아직까지 동원할 자본이 많지는 않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인 것 같지만 무슬림만을 위한 잠재 시장의 크기는 분명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1) 한국할랄인증원

2) 늘어나는 국내 무슬림...할랄 식품 인증 열풍에 역수입까지

3) 2 apps, 1.6 billion Muslims: How these startups are tapping the halal market 

4) 5 British startups focused on the Halal Economy 

5) 아시아에 무슬림 스타트업 뜬다 

6) 5 outstanding Muslim startups you should know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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