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빠지지 않아요.
올여름, 남자 셋이 호텔에 간 적이 있다. 호캉스라는 신 문화였다. 대학시절, 별 관측을 핑계로 술을 먹다가 별이 뜨기도 전에 널브러져 자던 우리에게 호텔이라니. 차라리 그 돈으로 질 좋은 육회와 술을 한 병 더 사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세상은 경제적 가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말했다. "안 갈 거야?".
숙박비가 자그마치 일인당 16만 원이었다. 제주도 왕복 티켓도 공만 좀 들이면 5만 원에 구할 수 있는데, 헬스장 1년 회원권도 24만 원이면 되는데, 고작 하룻밤에, 기껏해야 내 방보다 조금 큰 방이, 술을 조금 준다는 이유로, 총 48만 원을 내야 한다니.
그런 돈을 내고 잠만 잔다면 지갑이 내 뒤통수에 이단 옆차기를 날릴게 분명하다. 호텔 시설에 땀이라도 묻혀야 했다. K에게 말했다. “3층에 헬스장 있데. 가자”. K는 힐끔 나를 한 번 보더니 코를 비비며 대답했다. “헬스를 하루 한다고 뭐 달라져? 괜히 힘만 드는 거 아냐?”.
냉정한 녀석. 안 간다고 하면 그만일 것을. 그래도 할 말은 없다. 그의 말이 맞다. 깨끗한 진리다. 하루 헬스를 한다고 몸이 좋아질리는 없다. 토하도록 운동하며 단백질 셰이크를 물처럼 들이켜도 몸짱이 되지 않는다. (제가 그래요). 그러니 건강을 위해 한 번 헬스장에 가자고 꼬실 수는 없다. 결국 헬스장에는 혼자 갔다.
한 번만 해서는 무엇도 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참 음악에 빠졌다. 장난감 치듯 몇 년 뚱땅된 피아노 실력으로 작곡에 나섰다. 왠지 비틀스의 허리를 후려치는 희대의 명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친구에게 비장하게 말했다. “2주 안에 최고의 샘플링을 보여줄게”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뭘 어떻게 되겠나. 개떡 같은 음악 하나 완성하지 못했다. 친구는 최고의 샘플링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며 비아냥댔고, 나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최선을 다해 후회했다. 사실 2주가 다가워 왔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허망한 실력을 가지고 침대에 누워 외쳤다.
“야, 내가 악상이 안 떠올라서 그런 거야. 조금만 쉬면 세기의 명곡이 나올 거라고!”라고 생각하며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편했어요. 악상 따위는 다가올 기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창피함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뭐든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만, 그것이 몇 푼 정성도 넣지 않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자취생이 과일을 한 번 사 먹는다고 비타민이 폭발 할리 없고, 매일 먹는 야식을 하루 건너뛰었다고 뱃살이 줄리도 없다. 한 번으로 그렇게 될 리가 있나요. 제 뱃살은 야식과 폭식의 장신 정신으로 탄생한걸요.
물론 왜 이렇게 근육은 안 느는 거냐며, 나의 근손실 투정을 받아내는 그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콧방귀를 뀌면서 말하겠지. "오빠가? 이런 말을?" 그리고 뭐든 금방 잘하려고 할 때마다 "욕심 안부린다며?"라고 하겠지? 그렇게 나는 계속 또 부끄럽겠지? 그래도 어쩌겠나. 조금씩 해나가는 수밖에. 욕심이여, 덤벼보시라. 나는 오늘도 이것저것에 서툴며 살아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