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화성에 착륙한 뉴 로봇 '퍼서비어런스'
2021년 2월 18일, NASA의 새로운 화성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 표면에 착륙을 시도했다. 말이 쉽지, 총알보다 다섯 배나 빠른 탐사선의 속도를 사람 걸음걸이 속도 정도로 줄여야 가능한 일이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 밖에 되지 않기에 더욱 힘들다. 벽으로 가로막힌 빙판길에서 시속 200km로 달리는 차를 멈추는 것보다 100배쯤 더 어려운 일이라면 이해하겠는가?
험난한 착륙 과정 때문에 바퀴가 달린 로봇은 단 4대만이 화성에 착륙했다. 퍼서비어런스가 역사상 다섯 번째로 화성에 안착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나는 NASA의 직원처럼 만세를 하며 방방 뛰었다. 이 경사로운 사실을 천문대를 찾은 아이들에게도 전했다. 아이들도 붉은 행성과 로봇을 번갈아 상상하며 흥분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눈을 몇 번 껌뻑이더니 물었다.
"선생님, 근데 화성엔 왜 자꾸 로봇을 보내는 거예요?"
"화성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니까"
"이미 4번이나 로봇을 보냈다면서요. 그런데도 또 보내야 해요?"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일을 뭘 그리 자주 하나 싶기도 하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달 탐사'를 외치면 아폴로 11호만 기억나지만, 인간은 그 이후에도 다섯 번이나 더 달에 다녀왔다. 금성 표면에도 비슷한 로봇이 여러대 착륙했다. 새로운 행성에 로봇을 보내는 것으로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면, 한 번씩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는 돈은 딱딱한 로봇보다는 부드러운 빵이 더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아이는 이렇게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우주를 탐사해서 얻는 게 뭔가요?"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연구하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태양계 행성에 여러 번 재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화성은 푸른 바다와 강이 넘쳐흘러 크루즈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낙타를 타고 다녀야 할 것 같은 황량한 사막 행성으로 변해버렸다.
금성은 한때 지구처럼 포근한 기온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극단적인 온실 효과가 발생했다. 결국 라지 사이즈의 불고기 피자가 단 9초 만에 노릇하게 구워질 정도(약 480도)로 뜨거워져버렸다.
백만 년을 주기로 떨어지는 커다란 소행성에 지구를 호령하던 티라노사우르스는 절명했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러한 사건들이 당장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화성처럼 지구의 물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구를 파괴할만한 소행성이 다가오는데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과거의 티라노 사우스와 똑같은 신세가 된다.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천문학은 '국방'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면이 있다. 국방의 문제는 생존과 직결해있다. 남과 북은 휴전 이후 한 번도 전면전을 실행한 적이 없지만 군비 지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예산의 약 10%나 국방 예산으로 쓰고 있다. '언제라도 미사일이 수 백 발 날아올 수 있다'는 자세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발로도 지구의 모든 것을 전멸시킬 수 있는 소행성에게는 관대한 편이다. '지금껏 쳐들어 오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야'란 막연한 믿음을 우주의 재앙에게만 갖는다.
당장 탱크를 살 돈으로 망원경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극히 일부 비용으로라도 전 지구적인 재앙과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 인류의 과학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 화성에 가는 일은, 더 나아가 우주를 탐구하는 일은 지구를 떠나는 일이 아니다. 지구를 지키는 일에 가깝다. 그 험난한 여정의 하나로 바퀴 여섯 개가 달린 로봇이 화성으로 갔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꼴찌팀에 부임한 백승수 단장(배우 남궁민)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백승수 단장은 만년 꼴찌 팀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맞서 싸워야 할 것들이 많다. 직원들은 텃새, 코치진의 편 가르기, 구단의 열악한 지원 까지. 단장은 결심한 듯 구단 첫 회식 자리에서 담담히 말한다.
"변화는 필요합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전 할 겁니다. 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잘라 내겠습니다. 해왔던 것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하겠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NASA가 해오던 일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담은 발전된 탐사로봇이다.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곳은 예제로 크레이터로 과거 화성에서 흘렀던 강의 하구 쪽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었다면 강물이 흘러 퇴적물이 쌓이는 강의 하구 쪽이 유기물질의 총집 결지였을 것이다. 이곳에서 퍼서비어런스는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색다른 시도도 진행된다. 화성 전용으로 만들어진 초경량 드론을 띄워 연합 작전을 펼친다. 로버가 돌아다니기 힘든 계곡 및 절벽 등을 효율적으로 탐사할 계획이다. 또한 화성 대기의 95%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실험도 진행된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미래에 인간은 공기통 대신 산소 발생기를 메고 가뿐하게 화성 땅을 누빌지도 모른다.
화성을 탐사하는 일은 누군가에겐 편의점에 맘에 드는 도시락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것보다도 관심이 덜 가는 일이지만, 우리의 과학 수준은 이러한 과정 아래 발전하고 있다. 해왔던 것 위에 안 했던 것을 얹으면서 말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약 2년 동안 화성을 굴러다닐 것이다. 사막 행성을 유람하며 과거 생명체의 흔적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화성을 가득 매웠던 물이 왜 사라졌는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 인류는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티라노사우르스와는 다른 운명으로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