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아
천문대를 찾은 아이들을 위해 산타가 되기로 했다.
빨간 산타복을 입고
폭신한 공이 달린 산타 모자를 쓰고
눈을 가릴 만큼 복실한 수염을 맨채로
강의실을 급습했다.
산타의 등장과 함께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아이들 눈엔 다른 것이 보인 것이다.
흰 양말을 신은 산타
마스크를 쓴 산타
수염이 옷에 마구 붙어 탈모가 온 산타
다행인 것은 산타의 어설픔을 맛있게 먹고
아이들이 배 터지게 웃었다.
"아니 뭐 산타가 이래요 크크크"
시작된 산타의 이벤트
퀴즈, 게임, 미션
천체 사진이나 우주 사탕, 인형 같은 작은 선물에도
아이들은 어여쁘게 웃었다.
퇴장할 시간이 되자 한 아이가 나직이 말했다.
"선생님, 유치원 이후로 산타를 본 게 처음이에요.
근데 그때는 진짜 산타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고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가짜인걸 확실히 아니까
더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동심이 파괴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심 파괴가 순수함의 파괴는 아님을
맑게 속삭인 밤이었다.
장소 강원도 홍천
카메라 asi 1600mm pro + ZWO SHO 필터
망원경 레드캣
촬영 시간 노출 3시간
©천체사진가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