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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Mar 04. 2022

꼴 보기 싫지만 가끔 멋있는 괴짜

우크라이나에게 손을 내밀다

 괴짜라는 말이 있다. 느낌은 알지만 정확한 뜻은 들어본 적이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괴상한 짓을 잘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다. 그래도 뭔가 잘 모르겠다. 유의어를 보니 미치광이, 기인 등등이 나온다. 글쎄, 미치광이는 좀 과하고 기인은 좀 어색하다. 이상한 짓을 밥먹듯이 하지만 능력은 출중하여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 맞을까? 어렵다. 괴짜는 역시 그냥 괴짜라고 해야 속이 제일 편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바로 괴짜다. 일론 머스크의 꿈은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화성까지 타고 갈 로켓이 필요하다. 석유가 없는 화성에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태양광 패널 기술도 필요하고 운송 수단으로 전기자동차도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로켓(스페이스X), 태양에너지(솔라시티), 전기 자동차(테슬라) 회사의 CEO가 되었다. 머스크가 화가라면 그의 큰 그림은 화성이다. 모든 붓질은 화성 탐사를 위해 이뤄진다. 그의 사업은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덩달아 그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그저 멋있는 위인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2021년, 전 세계에 불어온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그는 그 광풍에 돛을 달고 노란 시바견 한 마리를 주야장천 SNS에 올렸다. 그가 투자한 '도지 코인'을 응원하는 포스팅이었다. 세계 부호인 일론 머스크의 포스팅에 코인판은 거세게 휘청였다. 그가 올린 시바견 이미지는 사냥개가 되어 많은 투자자들을 물어뜯었다. 누군가는 파산했고 누군가는 읍소했다. 모두가 한 탕을 바라고 투자하는 코인 시장에 누가 누구를 욕하겠냐만은, 인류애를 호도하며 화성 탐사를 부를 짖던 그의 행동이라기엔 영 꼴불견이었다. 코인을 하지 않는 나조차 정이 떨어졌다.

 

 또 하나 일론 머스크에게 가진 불만은 '스타링크'프로젝트 때문이다. 말이 프로젝트지 사실상 '스타링크 사업'이라고 불러야 한다.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인공위성 인터넷 망을 만들어 수익을 얻는 통신 사업.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약 40,000개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겠다고 공헌했다. 기존에 통신망 설치가 어려웠던 바다, 산, 사막, 비행기, 기타 빈곤 국가 등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지구 저궤도에 40,000여 개의 인공위성을 올린다면 인공위성 생태계에 안정성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1000여 개의 스타링크 위성이 기동 되던 2021년 4월에도 스타링크 위성은 다른 위성과 충돌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 두 위성이 모두 회피기동을 한 덕분에 58m 차이로 근소하게 스쳐 지나갔다. 만약 충돌했더라면 그로 인해 발생한 수천여 개의 우주 쓰레기가 또 다른 인공위성을 연쇄적으로 파괴하는 끔찍한 상황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2022년 3월 현재는 약 2000여 개의 스타링크 위성이 상공에 있으니 위험은 두 배 더 높아졌다.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계획대로 4만여 개의 위성이 다 궤도에 올라온 뒤의 위험성은 말해 무엇하랴.

(좌)칠레 톨롤로 천문대와 (우)애리조나 로웰 천문대가 촬영한 천체 사진이다. 비처럼 사선으로 길게 지나간 것이 스타링크의 궤적이다. 


 게다가 지상에서 망원경을 사용하는 천문학자들에게 수많은 인공위성은 완벽한 방해꾼이다. 인공위성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천문학자들이 연구하고자 하는 천체를 가리거나 빛공해를 일으켜 관측을 방해한다. 이는 마치 당신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앞 좌석에 사람이 2시간 내내 당신의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것과 같다. "스크린을 자꾸 가리시면 어떡해요, 좀 앉으세요" 하고 항의하니 "나도 돈을 내고 들어왔소. 내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오?"하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게 현 '천문학자 vs 스타링크' 상황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연구한다. 우주를 연구하는 행위는 천문학자가 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경제적 수단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류의 지적 호기심 해소와 지구 방위가 목적이다. 언제 어디서 날아와 공룡 멸종처럼 '인류 멸종'을 일으킬지 모르는 소행성을 추적 관찰하여 지구를 보호하는 것 역시 천문학자의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스타링크로 인해 천문학자들은 관측과 연구에 지대한 방해를 받고 있다. 스타링크가 천문학자의 관측 시야를 가리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정밀한 관측을 요하거나 어두운 소행성을 관측하는 데 많은 애로사항이 생기고 있다. 지구 방위를 위해 노력하는 천문학자의 연구와 기업의 수익을 위한 사업 중 무엇이 우선 되어야 할까?



2022년 2월 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속보가 쏟아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에 전쟁이 말이 돼?'하고 생각했지만 일은 벌어졌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빡빡이 러시아 우두머리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핑계로 그곳에 미사일을 쏘았다. 전차를 이용해 포도 쏘았다. 군인들은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군에 비해 수적으로 완벽한 열세였다. 게다가 기습 공격이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많은 군사, 사회 시설은 박살이 났다. 어떤 곳은 인터넷이 끊기기도 했다. 현대의 전쟁은 정보전이다. 곳곳의 정보가 전력이자 전략이 되는 시대다. 우크라이나의 부총리 페도로프는 곧장 일론 머스크에게 SNS으로 도움을 청했다.


"당신은 화성을 점령하려고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고 하고 있다. 당신의 로켓은 우주에서 땅으로 안전하게 착지하지만, 러시아의 로켓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주길 부탁한다."


이 메시지를 본 일론 머스크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답했다.


"스타링크는 지금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작동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지역에 긴급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안테나도 긴급 배송했다. 덕분에 부총리는 안전한 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환하게 웃었다. 바로 이거다. 이것이 괴짜의 맛이다. 한없이 이상한 짓을 퍼붓다가도,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괴짜인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1월, 남태평양 화산 폭발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통가에도 스타링크 단말기 50개를 보내며 빠르게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화산 폭발로 단절된 통가의 인터넷 해저 케이블을 연결하는데도 스페이스X가 앞장서 도왔다. 통신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곳에서 위성 인터넷의 장점과 그의 인류애를 여실이 보여줬다.

 안다. 그는 능력 있는 비즈니스 맨이다. 그의 모든 행동은 홍보 수단으로써 계산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부진한 기술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진보한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다. 민폐를 끼치다가도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꼴 보기 싫다가도 가끔은 멋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괴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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