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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현 Feb 28. 2022

NASA는 왜
스페이스X에게 뒤쳐졌을까?

 한 달에 용돈 30만 원. 그중에 밥값 15만 원과 가족 회비 5만 원을 제외하면 10만 원 남짓 남는다. 현금을 써야 하는 세차나 발레파킹, 주차비를 쓰고 나면 정말 제대로 쓸 수 있는 용돈이랄 것이 마지막 잎새처럼 간당간당하게 지갑에 매달려있다. 팍팍한 유부남의 삶에 은혜로운 와이프의 목소리 한 줄기가 지갑을 비췄다.


“책이나 글로 번 돈은 나한테 주지 말고 오빠가 써”

“응? 정말?”

‘응, 일하고 돌아와서 쉬어야 할 시간에 열심히 쓴 건데, 그 열정을 응원하는 마음에서라도 그래야지”


 그때부터였다. 출간을 위해 밤을 꼬박 새우며 글을 쓰거나 책을 편집해도 지치지 않았던 것이.

돈이라고 해봤자 몇 권이 팔릴지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존재감 없는 무명작가의 인세가 얼마나 하겠나. 본업으로 버는 월급이 제주도 크기라면 글로 버는 돈은 그 안에 돌하르방 하나쯤 될 거다. 책을 써서 생활을 영위하는 전업 작가들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1% 작가들 뿐이다. 그러니 내가 돈을 버는 수단으로 글을 쓰겠다는 것은 알통을 키우겠다며 하루 종일 양치질을 하는 것과 같다. 방향이 영 틀렸다.

 하지만 ‘돈을 벌려고 글을 쓴다’와 ‘글을 쓰면 용돈도 생긴다’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언덕 위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부지리로 종아리 근육이 좋아졌던 우리의 과거가 있다. 그러니 쓰는 것이 즐거운 사람에게 작은 용돈이라는 희망은 커다란 열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익 구조의 변화는 나의 글쓰기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주 개발의 변화를 가져온 것 역시 구조의 변화 때문이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며 우주 패권을 장악했다. 이어 국제 우주정거장(ISS) 건설하고 우주인을 우주에 거주시키는데도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우주 기술 = NASA'의 공식은 40여 년 동안 불문율처럼 지구인들 뇌리에 새겨졌다.

 하지만 NASA의 아성이 무너지는 데는 민간 우주기업이 출범한 후 고작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2년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엑스(SPACE-X)가 창설된 후로 말이다.


 NASA의 경우 생수 1KG을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배송하는데 천만 원 이상이 든다. 맹물이 우주로 가며 최고급 와인보다 비싸지는 마법의 배송이다. 10KG짜리 아령이라도 보낼라치면 배송비로만 1억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로켓 배송을 진짜 로켓으로 하다 보니 생기는 슬픈 배달비 폭탄이랄까?

 하지만 스페이스 X는 우주로의 운송비를 킬로그램당 200만 원 까지 낮추었다. 기존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로켓들과는 다르게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 9과 팰컨 헤비 로켓을 개발해낸 덕분이다. 현재 테스트에 순항 중인 스타십(거대 로켓)을 10번 재사용한다면 운송비를 킬로그램당 3만 원까지 줄일 수 있다. 어떻게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 X가 국가기관인 NASA의 기술을 단시간에 앞설 수 있었을까?


(좌)2014년 나사가 쏘아올린 화물 로켓 안타레스. 발사 직후 폭발했다. (우)2018년 스페이스X의 팔콘헤비 로켓이 재활용을 위해 발사 후 지구에 다시 착지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NASA의 계약 체계다. NASA가 줄곧 '실비정산계약 체계'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당신이 과자 회사 사장이라고 가정하자. 당신은 생산한 과자를 대형 마트에 팔고 싶다. 납품 협의를 하기 위해 대형 마트의 계약 담당자에게 찾아가 말한다.

"제 과자를 납품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마트의 담당자가 말한다.

 "좋소, 단 과자 1 봉지 당 500원에 납품하시오. 무조건이요."

 이 상황에서 당신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과자를 만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과자 한 봉지를 400원에 만든다면 이익은 100원이 될 것이고 더 줄인다면 그만큼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다. 자유경제 세계에서 경비를 절감해야 이윤이 증대된다. 당신이 훌륭한 사람이라면 꾸준한 연구를 통해 과자 생산법을 개선하며 생산비용을 낮출 것이다. 반면 당신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면 과자를 만드는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쓰레기 같은 재료로 과자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이 싫었는지 대형 마트 <NASA>가 쓰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NASA가 내건 슬로건은 '하이 퀄리티!, 완벽 추구!'였다. 싼값에 제품을 받기보단 완벽한 제품을 받기를 바란 것이다. <NASA> 마트 담당자는 당신을 불러 말한다.

"훌륭한 과자를 만들어주시오. 제조 비용이 얼마든 원가에 10%의 이윤을 얹어서 지급하겠소"

당신은 말을 듣자마자 뇌를 굴리기 시작한다.

'과자를 500원에 만들면 50원이 이득이고, 1000원 들여 만들면 100원이 이득이라고? 그렇다면...'

 그 이후엔 어떻게 될까? 마트의 바람대로 좋은 퀄리티에만 초점을 두고 생산할까? 시간이 지나고 더 이익이 필요해진 순간, 당신은 500원짜리 과자를 5000원 들여 만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같은 품질의 재료를 더 비싸게 살 것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기술을 연구하는 대신 5명이던 공장 인부를 괜히 10명으로 늘릴 것이다. 제조 비용이 비싸지면 당신의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NASA의 '실비정산계약 체계'는 <NASA> 마트의 계약 구조와 같다. NASA는 제조사들에게 경비에 약간의 이윤(8~10%)을 덧붙여 지급했다. 그 결과 제조사들은 경비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간접비를 늘리는 방법이었다. 근무자를 늘리는 것이다. 그 결과 1990년 당시 NASA와 거래하던 마틴 마리에타 사(록히드 마튼 사의 전신)에는 본사에만 1만 4000명 이상이 근무했다. 공장에는 천 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다고 한다. 인건비는 곧장 제조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로켓 발사 경비가 상승하자 악순환이 시작됐다. 로켓 발사 단가가 비싸진 만큼 로켓 발사에 실패하면 커다란 부담이 된 것이다. 당연히 제조사들은 안정성에 더 집중하게 되고, 이전의 우주 비행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부품만 사용하게 되었다. 엄청난 기술 정체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경비가 늘수록 회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제조사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경비를 축소하고 싶었을까?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여 싼값에 우주로 나가는 일이 과연 중요했을까?  


 민간 우주 기업들은 발전의 저해하는 구조를 철저히 철폐했다. 민간 기업의 경우 자신들의 돈으로 로켓을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경비 절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가격을 비교하고, 효율적인 제조사를 찾으며 발사 비용을 절약했다. 더불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 X는 100번 이상 재사용 가능한 로켓 만들어 냈다. 2박 3일간의 우주여행을 여행 상품으로 민간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구 어디서든 인터넷이 가능해야한다며 1만 2000개의 위성을 쏘아대고 있다. 일개의 회사가 인류의 우주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구조'때문은 아니겠지만 능력보다 구조가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은 분명히 있다.



'글로 번 수익은 오빠 꺼야'


 와이프의 그 한마디 이후로 나는 두 권의 책을 더 냈다. 한 권은 마음에 쏙 드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한 권은 마음을 꼭 담은 출판사를 직접 차려서 낸 책이다.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두 권을 냈으니 얼마나 많은 새벽을 뜬 눈으로 보냈을지 짐작 가능하리라. 더불어 강연이나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많은 사건이 일어났음은 자명하다. 용돈으로 사 먹는 꿀맛 같은 위스키 한 잔은 덤이다.

 나는 속물이 아니라고 믿으며 살았지만 쓰고 보니 세계 최강의 속물이 바로 나인 것 같다. 물론 글을 쓰거나 책을 편집해온 시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수십 배를 더 벌었을 것이다. 책을 더 내며 글쓰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거나 작가로서의 유명세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글’이라는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갑의 두께와는 별개로 말이다. 아, 물론 아주 별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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