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by 다른우주

우리 부부는 둘 다 내향인이다.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고, 줄을 서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맛보다는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했다. 유명한 곳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우주를 낳고 외동이 확정된 이후, 나는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육아가 생각보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 동지를 찾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밝고 활발한 나를 보며, 동지들은 나를 확신의 외향인이라 보았다. 하지만 아이 없이 엄마들만 모여도 셋 이상의 모임이 이뤄지면, 집에 돌아와 배터리가 방전되었고,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읽을 책만 있다면, 무인도에서도 오래 아남을 수 있는 파워 i 형이었으니까..


한 번 파고들면 끝을 봐야 했던 나는, 아이가 앞으로 가야 할 기관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3세 후반, 그러니까 만 2세일 때부터 미리 영어유치원 설명회를 다녔는데, 4세부터 가능한 놀이식을 먼저 알아보고 등록까지 했다가, 고민 끝에 입학금을 돌려받았고, 다시 5세부터 가능한 절충식과 학습식 중 자가로 30분 이내 통학이 가능한 곳은 모두 알아보았다. 영유의 과거 이슈까지 모두.


그렇게 우주의 22년생 친구들이 5세를 앞두고 영어유치원에 대해 알아볼 때 나는 정보통이 되어 도움을 주게 되었다.


우주는 화용 언어 사용과 사회성에 문제가 있으니, 그런 것들을 한국말로 연습할 수 있는 일반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오히려 나는, 선생님 한분이 열 명이 넘는 다수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환경에 우주를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영유 방과후를 하지 않으면 하원이 빠르니 그때부터 한국말을 사용하는 환경을 제공해 주면 된다고 느꼈다.


어쩌면 다 핑계고, 사실은 메인 플랜이 틀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주변에 우주가 일반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영유에 대한 생각만큼은 나와 의견이 달랐던 우주 아빠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렇게 말해주었다.

"우주를 생각하면 영유는 아니야. 그런데 네가 영유가 아닌 곳에 우주를 보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 또한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야. 그러니 원하는 대로 해."


그렇게 학습식 중에서도 소수케어가 가능한 영어유치원을 선택하여 우주는 면접을 보게 되었고, 나는 그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원장님의 모든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우주였다. 나도 놀랄 정도로. 그렇게 수하게 면접을 마쳤다.

원장님께서는 면접이 끝난 후, 이의 생일을 물으셨다. 빠른 생일이 분명하다고, 어쩜 이렇게 잘하냐고. 또 어려운 단어들을 가리키면서 이런 걸 아는 아이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나는 솔직히 말씀드렸다.

발달이 느린 면이 있는데 받아주실 수 있는지.

그러자 원장님께서 우주에게 지식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닌 일상과 관련된 지시를 하셨고, 우주는 다행히 또 잘 따라주었다.

그러자 다시 웃으시면서 아이의 편을 들어주셨는데..

우주가 갑자기 특정 번호부터 시작해서 주기율표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하시는 원장 선생님...

그런 아이를 꼭 안아주시더니, "어머니, 우주는 한국말이 먼저인 것 같아요. 지켜보시고 6개월 후에 다시 면접 오셔도 되니까요. 좀 더 고민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완곡한 거절이었다.


어쩌면 거절을 당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미래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기에 모든 플랜을 세워놓는 내 성격상, 이미 어린이집 장애통합반, 유치원 특교자 신청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고, 사립유치원 설명회도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픽이었던 영어유치원 입학의 방향성이 틀어지자 나는 다른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정확한 나의 감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 남편에게 말하며 굉장히 많이 울었다. 남편의 표정은 밝았지만 말이다....


이후 이어지는 주변 엄마들의 질문 공세.

마주치기만 하면 우주가 내년에 어떤 영유를 가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아직 고르지 못했다며 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주변 엄마들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가 건 어떨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한동안 주말마다 부동산 발품을 팔고 다니던 우주 아빠다. 나의 그라운드가 되어주는 내편이다.)

우주를 어릴 적부터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렇다면 1:3 케어가 가능한 어린이집 장애통합반이나 1:4 케어가 가능한 유치원 특교자를 고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 이성적으로 말이다.


우주가 어릴 적부터 가장 친했던 유나 엄마를 제외하고는 우주의 상태를 아는 친구 엄마는 아무도 없었다. 친정엄마를 제외한 가족들, 심지어 친정 아빠나 다른 가족에게도 비밀이었으니까.


우주의 asd 성향으로 인한 갭이 아직은 비교적 가벼운 편인 데다 지능이 높아 모방이 빠르고 마스킹으로 가려지는 부분이 많았기에, 내가 직접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람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장통반이나 특교자로 가는 순간, 아이에게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특교청에서 전화가 왔다.

우주가 유치원 특교자 선정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지능이 높아서...

순위에 쓸 모든 유치원에 상담을 갔고, 자리는 분명 많이 있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하나둘 선택권은 줄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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