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은 라이어 킹(liar king)이다?
‘테크 인 시네마(Tech in Cinema)’가 소개할 일곱 번째 영화는 1994년 개봉한 명작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킨 <라이온 킹(The Lion King, 2019)>입니다.
영화 <라이온 킹(2019)>은 모든 장면에 CG(Computer Graphics)가 적용된 영화임에도 실제와 너무 똑같아서 마치 한 편의 동물 다큐멘터리 같다는 평도 듣고 있습니다. 이번 '테크 인 시네마'는 <라이온 킹(2019)>의 놀라운 영상을 가능하게 한 영화 제작 기술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사진 : 아기 사자 '심바'. 털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됐습니다.)
영화 <라이온 킹(2019)>은 선의의 거짓말 같은 영화입니다. 분명히 실제 사자와 다른 동물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서 직접 촬영한 후 편집한 영화가 아닌데도, 정말 살아 있는 동물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토록 정교한 재현은 진일보한 영화 제작 기술과 제작진의 집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라이온 킹(2019)>의 감독은 마블 영화에서 '해피' 역할로 유명하기도 한 존 파브로인데요. 존 파브로 감독은 이미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정글북(2016)>의 감독으로서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동물들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정글북(2016)>의 대성공 이후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라이온 킹(1994)>의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즉 실사화를 존 파브로가 이끌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만합니다.
(▲사진 : 두 사진 속 아기 사자 중 심바는 누구일까요?)
원작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다 보니 존 파브로 감독은 무엇보다 원작을 절대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출에 임했다고 합니다. <라이온 킹(2019)> 제작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서 모티프를 따온 <라이온 킹(1994)> 원작의 스토리텔링은 유지했습니다. 그 대신 최첨단 실사 영화 제작 기법과 CG을 활용해 원작과는 차원이 다른 실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비결은 집요하고 세심한 관찰이었습니다. <라이온 킹(2019)> 제작진은 사자를 비롯한 아프리카 동물들의 습성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아프리카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봤다고 합니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동물원에 가서는 실제 동물들을 가까이서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독일 마그데부르크 동물원까지 날아가서 진짜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를 녹음해 왔습니다.
(▲사진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기 사자 심바, 티몬, 품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17년 초, 존 파브로 감독을 포함한 13명의 핵심 제작진은 야생동물을 더 꼼꼼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의 야생동물 서식지로 갔습니다. 방대한 자료 수집을 위해 사파리 랜드 크루저 6대는 물론 헬리콥터도 3대나 동원했다고 합니다. 1톤이 넘는 카메라 장비로 찍은 사진의 용량이 12.3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컷을 촬영했을지 상상이 안됩니다. 제작자 제프리 실버에 따르면, 영화 <라이온 킹(2019)>은 각종 동식물,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몰과 박력 넘치는 일출("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명장면, 아시죠?), 야생 환경의 고유한 색깔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현지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소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활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사한 셈입니다.
(▲사진 : 프라이드 랜드의 왕, 아버지 무파사의 발자국 안에 쏙 들어간 심바의 귀여운 오른발)
제작진은 아프리카의 야생을 포착한 사진과 영상에 CG를 덧입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VR(가상현실) 안경과 '블랙박스 극장 기법'도 이용했다고 합니다. VR 안경은 동물들의 시점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블랙박스 극장 기법'은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심바 역의 도날드 글로버, 날라 역의 비욘세 등 출연 배우들은 검은 원형 극장으로 들어가 목소리 연기를 했습니다. 이 원형 극장에는 카메라가 커튼 뒤에 숨어 있어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프라이드 랜드의 왕, 무파사와 아기 사자 심바)
영화 <라이온 킹(2019)>은 영화 제작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이제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음을 사자의 포효처럼 선언하는 작품입니다. 최근 테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딥 페이크(Deep Fake)' 기술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딥 페이크(Deep Fake)'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