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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혁 Jul 14. 2023

[좋.댓.구] 유튜브 시대를 비추는 영리한 코미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로 살기. "퇴사하고 유튜브 해야지!" 혹은 "유튜브 해서 퇴사해야지!"라는 결심은 한국 직장인들의 갑갑한 마음속에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2022년 8월 어도비(Adobe)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만 무려 1,750만 명이고 전 세계 크리에이터는 3억 300만 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콘텐츠로 돈 벌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크리에이터 중 대다수는 1원의 수익도 얻지 못한다. 월 1~2천만 원을 척척 가져가는 넘사벽 유튜버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1년도 지속하지 못하고 크리에이터를 그만두기 일쑤다. 하지만 영화 <좋.댓.구(좋아요 댓글 구독)>의 '태경(오태경)'처럼 아기 분윳값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유튜버라면? 어떻게든 유튜브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영화 <좋.댓.구>는 실존 인물 오태경 배우의 인생과 허구적 상상력을 아주 영리하게 결합한 코미디다. 영화 초반, 국민 드라마 <육남매>의 장남 역할과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아역으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린 이후 갑상선 항진증으로 고생하고 다소 시들한 필모그래피를 쌓다가 최근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오태경 배우의 실제 삶이 소개된다. 극 중 '태경(오태경)'이 유튜버로 활동하며 겪는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은 완벽한 허구다. 

    이처럼 영화 <좋.댓.구>는 실제와 상상을 촘촘하게 엮은 기발한 이야기로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개가 뻔할 것 같지만 자꾸만 예상을 벗어나고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면 꽤 묵직한 메시지까지 느껴진다. 오태경 배우의 진짜 삶을 활용한 대목이 재밌고, 현실 속 다양한 유튜버들과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도 웃음을 자아낸다. 극 중 유튜브 라이브 방송 실시간 댓글창의 시청자 반응마저 굉장히 현실적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상민 감독이 유튜브 생태계와 현재 한국사회의 민낯을 정말 제대로 조사하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좋.댓.구>는 영화 <서치>와 유사한 '스크린 플레이' 형식이다. 모바일 화면이나 PC 화면을 그대로 구현해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다. 극 중 '태경'이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장면들은 사실 오태경 배우가 카메라 앞에 혼자 앉아서 독백하듯이 연기한 장면이다. 실시간 댓글창은 후반 작업에서 CG로 넣었기 때문이다. 오태경 배우의 뛰어난 모놀로그 연기 덕분에 고정된 숏이 꽤 오래 이어져도 지루하지 않았다. 

    유명 배우, 유튜버,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해 이 영화에 힘을 보탰다. 카메오들이 잠깐 얼굴만 나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 준다. 신선한 시나리오가 결국 저예산 영화의 돌파구라는 것을 입증한 <좋.댓.구>가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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