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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IS Aug 13. 2019

쪽빛으로 물든 자리

부여 구도심에 자리 잡은 오래전 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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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옥



60여 년의 시간을 품은 자리, “수월옥”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에 위치한 두 채의 집은 각각 단기 4288년(1955년), 4295년(1962년)에 지어진 건물로 60여 년 동안 필요에 의해 덧대어지고 가리어짐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사람의 손길이 끊기고 나서야 멈춰버린 두 채의 집은 전통공예팀 ‘세간’과 디자인 그룹 ’ 스타시스’에 의해 회생된다. *수월옥은 ‘벗겨짐’ 으로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곁부축’ 함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하기도 한다. 기나긴 세월의 여운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사람의 온기를 다시금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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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요정집으로 시작했던 이곳의 이름을 빌려 우리는 다시 한번 ‘수월옥’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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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받치던 엉성한 구조재와 곰팡이로 얼룩진 벽면이 전부였던 이곳은 구조적인 기능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필요에 의해 덧대어진 공간에는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아홉 개의 문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뒷마당으로 이어지던 작은 문,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시멘트로 막아버린 문 … 우리는 문이 있던 자리의 손때 묻은 흔적들을 남겨두기로 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동선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빛을 받아들이는 창이 되기도 하며 각기 다른 몸짓으로 그곳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온기로 가득해지길


사람의 손길이 끊긴 지가 오래된 이곳은 집이라기보다 싸늘한 흉가에 가까웠다. 언제부터 그 기능을 상실했는지 겹겹이 쌓여있는 시멘트로 가려진 구들바닥과 몇 번이고 구멍 난 곳을 메운듯한 천정 합판의 모습들. 본래의 모습이 궁금했던 우리는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던 모습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보물 같은 흔적들이 하나씩 발견되어 60여 년 전 손길이 닿았던 속살을 본 그 모습은 기나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건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 곳에 사람의 온기로 가득 메워지기를 바란다.







Design : Starsis

Designer : Park Hyunhee

Location : 37, Subuk-ro, Gyuam-myeon, Buyeo-gun, Chungcheongnam-do

Building Area : 146 sqm

Construction : Starsis

Photographer : Hong Seokgyu

Project Year : 2018

Article :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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