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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로는 좁았던 롤링의 상상력

Movie Appetizer#36 신비한 동물사전

첨단 기술이 만든 판타지
에디 레드메인 이라는 설득력
1편이 남긴 떡밥과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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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팬들에게 이 시대는 축복이다. 꼭 판타지의 팬이 아니더라도, 현실이 각종 비리, 혐오와 분노로 넘치는 시대에 조엔. K 롤링의 <신비한 동물사전>은 전 세계 관객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새삼 롤링에게 놀라는 건, 그녀가 해리포터와 호그와트라는 공간 외에 ‘마법 세계’라는 거대하고 통합된 시·공간을 꼼꼼하게 창조해 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는 실제 현실과 나란히 움직이며 현실과 판타지 그 어디쯤 위치한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판타지의 시초라 불리는 J.R.R 톨킨이 『반지의 제왕』의 무대 ‘중간계’라는 세계관을 정립했듯, 롤링은 우리의 현실과 교집합이 있는 그녀만마법 세계관을 정립했다. (우리 세대는 피터 잭슨 덕에 톨킨의 고전 판타지의 세계관을 체험했고, 롤링 덕에 현대판 판타지를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녀의 세계관을 다 보여주기 위해 네 편의 이야기가 더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설레지 않는가. 10년을 함께한 해리포터의 무대가 ‘좁다’고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고, 흥분되는 세계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만든 비현실의 세계

가장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분야가 이 시대 최고의 판타지·비현실의 공간을 구현한다는 것은 역설·반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 테크놀로지는 늘 상상력을 이미지로 구현하기 위한 도구이자 동반자였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 누구도 본적 없는 롤링의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CG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던 영화다. 특히,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인 신비한 동물이 어떻게 구현되는가는 관객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동물들은 생김새가 기이하지만, 우리 세계 속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을 줘야 했고, 이 작업은 꽤 까다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니플러, 보우트러클, 스우핑 이블, 오캐미 등의 신비한 동물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외형과 능력으로 관객에게 첫인사를 했다. 특히, 반짝거리는 물건에 환장하는 니플러는 귀엽고, 뻔뻔한 모습으로 관객을 웃게 하는데, 이 영화의 긴장을 이완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존재다. 이렇게 저마다 특색을 가진 ‘있을 것만 같은’ 혹은 ‘있었으면 하는’ 동물들을 보는 즐거움이 <신비한 동물사전>엔 있다.



‘에디 레드메인’이라는 설득력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신비한 동물을 아끼고, 그에 미쳐있는 인물이다. 현대적인 표현으로 동물 ‘오타쿠’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어떤 돌발 상황과 사고 앞에서도 동물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 뉴트의 최우선 과제이자 관심사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와 동물과의 숨바꼭질과 어둠의 세력과의 전투라는 두 개의 서사로 진행되는데, 플롯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 정도로 뉴트는 동물 찾기에만 몰두한다.


이 두 개의 서사를 하나로 묶는 것, 즉 관객을 이야기에 몰두해 따라가게 하는 건 에디 레드메인의 표정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 배우는 왜 그가 오스카 상의 주인인지를 맘껏 보여준다. 살짝 움츠리고 있어 더 여리게 보이는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마법사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인간임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그의 표정은 CG와 함께 롤링의 상상에 현실감각 입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동물을 진정으로 아끼는 뉴트의 표정은 절실했고, 진실해 보이는데, CG가 아니면 없었을 저 동물들과의 교감을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할 수 있었을지 궁금할 정도다.



1편이 남긴 떡밥과 숙제

<신비한 동물사전>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무척 신나는 영화다. 이런 재미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그리움, 신비한 동물들을 목격하는 즐거움, 영상 테크놀로지의 화려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물이다. 특히, 뉴트 스캐맨더의 이야기엔 덤블도어, 그린델왈드 등 해리포터의 이야기와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 향후 이야기를 더 기대하게 한다. 즉, ‘이 영화는 해리포터와 어떻게 교집합을 확장할 것인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영화 곳곳에 떡밥이라 불릴만한 것들이 숨어 있어, <신비한 동물사전>을 더 풍성하게 하니 잘 찾아보시길.


이 영화는 롤링의 시나리오 데뷔작이기도 하다. 원작 『신비한 동물사전』이 있지만, 그 책엔 스토리가 없기에 이 상상의 세계를 채워 넣을 아이디어를 가진 건 그녀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유일무이한 그리고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다. 그녀의 <신비한 동물사전> 1편은 속편을 위한 다양한 씨앗을 뿌리면서도, 안정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성공’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방대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에 비해, 이번 편의 이야기 자체는 다소 평이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새로운 시공간과 캐릭터, 신비한 동물이라는 설정이 관객에게 익숙해지는 속편에선 ‘이야기’의 무게감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네 편을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녀는 어떤 마법으로 관객을 또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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