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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릴 수 없던 강동원의 소년성

Movie Appetizer#37 가려진 시간

‘시간’이라는 소재의 아련함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시간
결국, ‘강동원’의 소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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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소재는 아련함이라는 정서를 불러오고는 한다. 과거의 누군가, 미래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은 다른 차원(세계)의 인물을 만난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이 만남은 새로운 차원의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원래의 세계를 버려야 하는 희생을 동반하기도 한다. 혹은 인물들이 결국 자신의 세계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면서, 이별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한다.


액션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에서도 시간 여행의 끝엔 이별과 슬픔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 타임 리프 이야기의 독특한 멜로적 정서에 대한 애정을 말하고자 쓸데없는 이야기로 글을 지체했다. 하고 싶었던 말은 <가려진 시간>이 개인적인 취향을 저격한, 그런 영화였다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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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시간에 관하여

멈춰버린 시공간을 표현한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영화의 판타지적 톤 앤 매너는 <가려진 시간>을 순수하고 동화적인 만듦새로 완성했다. 만화 ‘드래곤 볼’에 있었던 ‘시간과 정신의 방’ 같은 공간에 갇힌 아이들. 영화는 그들이 나이를 먹어 성인의 육체를 가졌을 때, 그들을 어른으로 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무엇이 소년을 청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규정하는 걸까. <가려진 시간>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시간을 가지게 하면서, 이를 고민해보게 한다. 우리의 순수의 시대, 소년과 소년의 시간은 언제까지일까.


<가려진 시간>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표현된 순수한 감정이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 속 성민(강동원)과 수린(신은수)에게 삶의 필수 요소는 어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논리와 이성으로 가득 찬 어른의 세계, 편견과 편리가 일상적인 세계에서 나이를 먹은 유사 어른 성민이 바랐던 건 단 하나, “너만 내가 나라는 걸 알아주면 돼”라는 믿음과 확신이다.


어쩌면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내 편과 내 맘을 이해해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가려진 시간>은 말한다. 영화 속의 양아버지를 포함해 많은 어른은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이를 통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성적표 외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었는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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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동원이라는 소년

엄태화 감독은 성민 역에 강동원을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그를 찾아갔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본 강동원은 왜 자신에게 성민 역을 제안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민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면서도 갑작스레 어른이 된 어른의 복잡함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다. 이 역은 잘못 표현했을 때, 소아성애처럼 보일 위험이 있고, 수린이라는 소녀와의 교감이 진짜처럼 보여야 했기에 까다로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소녀와 호흡을 맞출 성인 연기자를 찾는 건 제작진에게 큰 과제였을 것이다.


수린과의 호흡을 위해선 연기 외에 배우의 외적 이미지, 즉 인상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는 결국, 얼굴에서 느껴지는 소년성이다. 멋진 배우는 많지만, 소년성을 간직한 성인 배우는 몇 없고, 그 중에서 강동원은 상업 영화에서 최고의 선택지다. 강동원도 자신의 이미지, 여전히 순수한 소년성을 잘 인지하고 영리하게 변형하고 활용 줄 아는 배우이지 않은가.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에겐 앳된 학생의 얼굴이 있었고, <검사외전>의 한치원 역시 사기꾼임에도 천진난만함이 몸에 배어있던 인물이었다.


<가려진 시간>은 웃음기를 쫙 뺀, 진지한 멜로영화다. 그리고 여기서 강동원은 자신이 가진 소년성과 판타지를 더해 극한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유독 많은 클로즈업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를 먹은 소년이란 설정도 무리수가 될 수 있었지만, 역시나 그에겐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이든 그의 얼굴을 만나 아름다운 이미지와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만 다시 확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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