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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블리’이기 이전에 공효진은 배우다

Appetizer#38 미씽: 사라진 여자

‘공블리’는 잠깐 잊어라
색다른 힘을 가진 스릴러
두 여성의 이야기와 모성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종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선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공효진이 표나리 역을 맡아 주관이 뚜렷하고, 엉뚱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시청자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왕좌가 누구의 것이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TV 드라마의 공효진은 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아 ‘공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영화에서도 꾸준히 필모를 쌓아왔지만,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인공, 공블리로 대중에게 더 각인되어있다.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의 공효진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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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블리’는 잠깐 잊어라

<미씽>에서 공효진은 러블리한 모습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누추하고 편한 생활복 차림으로, 꾸미는데 별 관심이 없는 중국인 보모 ‘한매’를 연기했다. 기존의 익숙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모습이었으며 <파스타>,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등에서 보여준 로코 퀸의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배신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한매는 통통 튀는 공블리스러운 캐릭터와 비교해 감정을 많이 삭혀야 하는, 다소 음침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대중의 기대와 간격이 크지만, 적응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공효진의 연기로 한매는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고,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을 얻는다.


공효진의 다른 모습을 본 적 없던 관객은(혹은 기대한 적 없던 관객은), 그녀의 폭넓은 연기에 놀라게 될 것이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아, 공효진은 공블리이기 이전에 배우였지’. 그녀가 공블리에 묶여 있는 이유는 그녀가 출연할 장르가 많지 않다는 산업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씁쓸한 이유로, ‘공블리’라는 이미지가 하나의 족쇄처럼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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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가진 탄탄한 스리러

사라지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씽>은 ‘워킹 맘’으로 시작해 ‘외국인 여성’의 환경을 통과하며, 색다른 소재와 분위기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한매와 지선(엄지원)에게 얽힌 사연, 사건이 하나씩 밝혀지며 큰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이 흥미롭고, 음산한 분위기에서 오는 긴장감과 몰입도도 꽤 높다. 세부적인 설정이 잘 세팅되어 있어 탄탄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미씽>은 한국 상업 영화에서 잘 느낄 수 없던 분위기와 힘이 있는 영화다. 이 이야기에 대해 더 세밀히 이야기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줄인다. 관람을 통해 그 분위기에 취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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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의 이야기와 모성

<미씽>은 여성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두 명의 여성을 무능력하거나 한심한 남자 캐릭터의 세계에 배치해 여성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남성 기업문화, 가부장제의 비이성·비인간적인 모습 등 남성 세계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려 했다. 이미 여성 투톱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현 산업 내에서는 파격적인 선택인데, 이 영화가 벼른 칼날은 그보다 더 날카롭다. 여성 혐오가 자주 언급되는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사회를 각성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다만, <미씽>이 보여주는 강한 모성애는 이 영화를 꽤 복잡한 지점으로 밀고가기도 한다. 단순히 바라보면, 이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와 묵직한 분위기를 가진 흥미로운 영화다.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가 중심에 둔 여성의 이야기를 모성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미씽>이 좋은 ‘여성 영화’라 말하기엔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었다. 강렬하지만, 어떤 벽이 존재하는 그런 느낌을 받고서 영화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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