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사용 설명서
거창하게 말하면 배우의 이미지와 연기에 관한 글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최근 계속 보고 싶은 배우 마동석에 잡다한 생각을 모은,
사심과 주관이 가득 담긴 잡문입니다.
<부라더>는 충돌에 관한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이 충돌하고, 형과 동생은 싸우며, 현대와 전통은 대립한다. 하지만 <부라더>에 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영화가 추구하려는 웃음은 마동석, 이동휘의 기존 이미지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달성된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전통 가부장제와 현대 가치관의 대립은 인물 간의 갈등 이상의 요소로만 등장할 뿐, 의미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웃음과 감동 이외의 것들에 <부라더>는 관심이 없다.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은 건 마동석이라는 배우 자체에 있다. 다양한 요소가 부딪히는 <부라더>의 충돌 중에 단연 으뜸은 마동석이다. 마동석 외면의 거침과 그가 연기한 석봉의 지질함은 계속해서 충돌하고,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그 어떤 연기보다 강렬한 마동석의 몸은 확고한 인상이 있다. 그의 몸은 그의 얼굴보다 많은 이야기(마동석이란 인간의 역사, 근육의 역사)와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배우에게 이런 강렬한 이미지는 장점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요소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의 마동석은 자신의 몸을 활용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영화계에 마동석이 풍년인 지금, 영화가 그를 사용하는 방법, 그가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생각해 봤다.
마동석은 별 대사를 주지 않아도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배우다. 그의 몸은 이미지가 가진 인상만으로 캐릭터를 완성할 힘이 있다. 마동석이 초창기 출연한 많은 작품에서 그는 건장한 이미지 자체로 전시되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맡은 조직원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마동석은 짧은 시간 등장하는 역할을 긴 설명 없이, 건장한 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의 성질을 설득력이 있게 전달한다.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을 예로 들 수 있다.
그의 몸에 액션이 추가되면서 마동석은 영화를 끌고 가는 주연으로 올라서게 된다. (몸에 관한 편견일 수 있지만) ‘건장한 몸=강한 힘’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그에게 액션 장르는 맘껏 헤엄칠 수 있는 물이었다. 그의 우람한 근육은 관객에게 시원한 타격이 터져 나오길 기대하게 한다. 관객은 큼지막한 그의 몸에서 폭발하는 한 방을 기다린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주먹이 악인을 향할수록 관객은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이웃사람>의 살인자, <부산행>의 좀비를 향하던 주먹은 캐릭터의 성질을 떠나 관객이 환호할 순간을 준다.
마동석이 주연으로 등장한 액션 영화에서 그는 대부분 정면 승부를 건다. 머리로 생각하고 전략을 짜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듯, 무식할 정도로 일단 부딪힌다. 그리고 이런 단순함이 마동석이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다. 그의 몸은 정직하게 싸워도 무조건 승리할 것만 같은 판타지를 가지게 한다.
마동석의 캐릭터라면 정면승부에서 질 것 같지 않다. <범죄도시>에서 사람을 난도질하는 장첸(윤계상) 조직마저, 마석도(마동석) 앞에서는 진실의 방으로 인도되어야 할 하찮은 것들이었다. 그토록 두려워 보이던 칼과 도끼마저도 마석도 손에 쥐면 장난감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쁜 놈을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제압하는 마동석의 펀치엔 청량감이 있다. 관객은 현실의 범죄들 앞에서 얻지 못한 안도감을 마두석에게선 느끼지 않았을까.
앞에서 마동석의 몸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연기에 관해 말했다. 그런데 마동석은 자신의 몸이 가진 이미지를 배반할 때도 새로운 매력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큰 덩치와 험상궂은 인상에 맞지 않는 귀여움, 소심함, 순박함을 보일 때, 몸의 강한 이미지와 캐릭터 내면의 연약함이 충돌할 때, 꽤 재미있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 낸다.
<반창꼬>, <굿바이 싱글>에서 보인 코믹한 모습을 좋은 예로 들 수 있겠다. 건장한 외형과는 달리 예측하지 못한 성격으로 웃음을 주는 이런 역할은 관객이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 건장한 남자에게 풍기는 편견에 도전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마동석 본인에게는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이런 과정 덕에 그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얻었고, 관객 및 시청자는 다양한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마동석은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기준으로 그에 순응하거나 배반하는 방법을 고루 사용하며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스크린 밖에서는 ‘마요미’라는 귀여운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과의 거리도 꽤 가까워졌다. 최근 있었던 <범죄도시> 500만 기념, ‘김의성 명존쎄’ 영상은 마동석의 다채로운 모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재미있는 예이기도 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부라더>에서 마동석은 앞서 언급한 방법들을 고루 섞어가며 웃음을 만든다. 강한 힘, 지질한 남성, 그리고 마요미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한 배역 안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연히 활용하는 마동석을 보면서, 지금 한국 영화계가 마동석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음을 봤다. 곧 개봉하는 <신과 함께>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아직 못 본 마동석의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발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