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기#051 아이 캔 스피크(2)

<아이 캔 스피크>가 해낸 것

<귀향>과 <눈길>은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와 관련된 사안을 환기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영화의 역할을 스크린 밖으로까지 확장한 소중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두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일원으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피해자의 위치에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녀들의 삶은 일제강점기의 상처와 현재의 아픔으로 이분법처럼 구분되어 있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사회와 거리가 있고, 역사의 증언자로만 머물던 위안부 피해자들을 공동체 속으로 품은 영화다.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를 생각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비애감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 영화는 그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역사적 증언자로서의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면서도 그들을 친근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스카우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유머’를 더할 수 있었던 김현석 감독의 비범한 재능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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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비교는 접어두고, <아이 캔 스피크>는 <귀향>과 <눈길>에 비해 관객이 스크린에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며, 더 많은 관객이 비애감을 덜고 즐길(여전히 즐긴다는 말을 쓴다는 게 조심스럽지만, 영화 관람이라는 측면에서) 수 있는 ‘영화다운’ 영화다. 그리고 희생자로서의 틀에만 갇혀 있던 위안부 피해자를 공동체로 해방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 캔 스피크>는 하나의 구성원이자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나옥분의 삶을 봉원시장을 통해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옥분이 진주댁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순간에 있다.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주댁은, 오히려 옥분에게 화를 낸다. 왜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아파했냐고 옥분을 나무란다. 왜 자신에게 기대지 않았냐고 화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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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통을 겪고 옥분은 역사의 피해자 자리에서 봉원시장의 일원으로 더 나아간다. 옥분이 일본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미안해’라는 말을 진주댁에게 하는 그 장면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그 누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진정성이 듬뿍 담긴 ‘미안해’라는 말을 하게 할 수 있었을까. 희생자의 입에서 ‘미안해’라는 말을 뱉게 하면서도 따뜻한 순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진주댁과 옥분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 장면은 옥분 스스로 ‘역사적 피해자’이기에 가졌던 벽이 무너지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영화, 그리고 관객들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가졌던 거리감을 좁히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 덕에 옥분에게 평범한 삶과, 따뜻한 이웃을 선물해준 <아이 캔 스피크>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영화라는 매체가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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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는 <귀향>과 <눈길>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상처와 아픔을 환기하면서도, ‘위안부 피해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공동체로서의 ‘우리’를 바라보게 한다. 시대와 시대를 잇는 것을 넘어, 위안부 피해자와 공동체를 이었다. <아이 캔 스피크>는 그 어떤 매체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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