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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07. 2017

김주혁을 기억할 몇 편의 영화들

영읽남의 벌책부록 - 김주혁의 영화들


너무도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배우 김주혁 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거짓말 같은 뉴스가 있었죠. 더 서울 어워즈에서 영화로는 처음 상을 받는다며 밝은 미소를 보여준 게 불과 며칠 전이었기에, 이 사고는 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충격적인 소식에 제작 중이던 콘텐츠를 잠시 중단하고, 배우 김주혁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시간엔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김주혁 씨가 출연한 작품을 돌아보며 그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싱글즈>(2003)

처음 볼 영화는 앳된 김주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싱글즈>입니다. 카마다 토시오의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영화로 만든 <싱글즈>는 30대를 문턱에 둔 두 솔로 여성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여성이 직장에서 받는 불합리함과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는데, 특히 연애에 관해 말하는 영화입니다. 엄정화, 장진영, 김범수, 김주혁이 출연했고, 김주혁은 장진영이 연기한 나난을 좋아하는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내용이 파격적이고, 사회 풍자가 많은 영화로 능청스럽고 로맨틱한 김주혁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유독 더 슬퍼 보이는 이 노래가 등장한 영화는 <광식이 동생 광태>입니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인데,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가 수작으로 뽑은 작품이기도 하죠. 김주혁은 훤칠한 외모와 달리 어리숙한 광식을 연기했습니다. 광식이 동생이자 바람둥이 광태는 봉태규가 연기했죠. 이 영화는 남자들이 연애할 때 가지는 마음을 두 극단적인 캐릭터, 광식이와 광태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영화엔 옛 시절을 추억할 때, ‘새우깡이 400원이던 시절’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리고 많은 관객에게도 옛 시절을 기억할 때, 김주혁이 하나의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청연>(2005)

다음 영화는 <청연>입니다. 한국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죠. <청연>은 박경원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한 관점의 차이가 있었고, 개봉 당시 친일 논란도 많이 있었던 영화입니다. 김주혁은 친일파 재벌 아들로 등장했고, 어딘가 허술하고 허당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연>은 흥행하지 못했으나, 장진영의 죽음 이후 자주 언급되었던 영화입니다. 그녀의 아홉 편의 영화 중 여덟 번째에 있던 영화고, <싱글즈> 이후 김주혁과 함께했던 영화죠. 지난주 이후, <청연>은 우리 곁을 떠난 두 배우의 얼굴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영화가 되었고, 자주 꺼내보게 될 영화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결혼했다>(2008)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중 결혼을 선언한 아내와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축구와 결합했죠. 오늘날 결혼제도의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신선한 내용을 다룬 가운데, 김주혁은 '노덕훈'이라는 주인공으로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김주혁은 작품에서 도시적인 세련미를 갖추면서, 순정적이지만 소심하지 않고, 남성적이지만 결코 마초적이지 않은 연기를 펼쳤죠. 그는 이 영화로 손예진과 함께 청룡영화상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고, 생애 첫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습니다.



<좋아해줘>(2015)

<좋아해줘>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서 김주혁의 장기를 잘 살린 영화였습니다. 김주혁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 집을 구하는데, 그 집주인이 최지우입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는데, 많은 일을 겪고 한집에 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고,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예능 1박 2일에서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던 김주혁의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공조>(2017)

<공조>는 기존의 김주혁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악인의 모습을 마음껏 보였죠. 그의 웃음기 없는 연기는 <비밀은 없다>에서 딸이 실종된 아버지 역할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공조>에서는 액션이 추가되어 더 강렬했습니다. 그의 살벌한 북한 장교의 모습은 파격적이었고, 영화는 780만 명이 관람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공조>를 통해 김주혁은 더 서울 어워즈에서 남우 조연상을 받았는데, 이 상은 그가 영화를 통해 받은 첫 번째 상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사흘 뒤, 그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영화들 외에도 김주혁 씨는 많은 영화에서 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작 중인 <독전>, <흥부>, <창궐>에서 관객과 새로운 역할로 만날 예정이었죠.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양한 장르물로 무대가 넓어지고,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던 배우이기에 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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