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402호 귀신의 비밀

영읽남의 벌책부록 - 곤지암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현장에 쏟아진 팝콘이 화제인 영화 <곤지암>, 어떻게 보셨나요? 공포 영화에 약한 저에겐 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무서웠고 잘 만들었다는 거겠죠. 영화보다 주위 관객분들의 반응을 보는 게 흥미로웠던 영화이기도 한데요. 중간에 자리를 이탈하는 분들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곤지암>은 1인 방송이라는 형식을 잘 살린, 세련된 페이크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혼숨>과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적절히 조합한 웰 메이드 영화로 보였죠. 그런데 이 영화엔 끝내 밝혀지지 않은 게 있습니다. 곤지암 정신 병원에 등장한 귀신의 정체와 문제의 방 402호의 비밀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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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인물들은 이 비밀을 더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졌고, 영화도 끝났습니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곤지암’의 진실에 다가가는 건 무척 힘든 일이죠. 저도 뭔가 찝찝한 상태로 영화관을 나왔는데요. 우연히 정범식 감독의 인터뷰에서 실마리를 찾았고, <곤지암>이 말하려던 것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힌트는 임기를 못 끝낸 두 명의 대통령입니다. <곤지암>엔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노골적으로 오버랩됩니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화 속 자료화면과 문서를 통해 등장하죠. 그리고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박정희 대통령이 나오는 자료 영상 속에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잠깐 볼 수 있습니다.



굳이 그 자료 영상이 아니라도, 이 병원의 원장은 분명 그분을 닮았죠. 이 두 명의 대통령은 같은 핏줄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그리고 두 대통령 모두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보다 중요한 건, 두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기에 국가가 국민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억압한 사례가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곤지암>을 읽는 큰 힌트입니다.


두 번째 힌트는 402호 안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402호에서 가장 기이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입구에서 들려오던 탁구공 소리, 혼자 자리를 바꾸던 인형, 갑자기 튀어나온 귀신, 도망갈 수 없던 밀실 등 봉인되어있던 이 공간엔 이상한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제게 가장 이상했던 건, 천장에 있던 물웅덩이입니다. 여기서 물이 흘러내렸는지 402호도 물에 조금은 잠겨있죠. 이 음침한 물이 두 번째 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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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힌트는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는 미스터리입니다. 이 미스터리란 오래된 정신병원에 왜 여고생 귀신이 등장하는가에 관한 겁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이 여고생 귀신은 주인공들이 402호에 들어간 클라이막스에서 캠코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고괴담의 명장면처럼 캠코더로 비출 때마다 조금씩 다가오는 귀신이었죠.


두 대통령, 물, 여고생, 이 세 가지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이미 감이 오신 분들이 있을 거 같은데요. 여기서 정범식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더 확실해 집니다. 정범식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처음엔 402호를 416호로 설정하려 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세월호 사건이 있던 그 날을 의미하죠. 그는 <곤지암>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한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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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물, 여고생은 이를 뒷받침하죠. 그리고 이 사건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국민에 관한 일이라 말하려던 것 같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국가가 죽음으로 내몬 국민의 한을 표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영화 속 곤지암의 원장, 그리고 거기서 사람을 가뒀다는 소문은 국가의 억압을 보여주고자 한 부분이죠. 이렇게 <곤지암>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국민의 한, 그 역사를 보여주고자 한 영화로 보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이동진 비평가의 GV를 통해 이 영화의 숨겨진 메시지를 더 알 수 있었는데요. 영화 속 정신병원의 개관일은 5월 16일, 그리고 폐관일은 10월 26일이었는데, 이는 박정희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끝을 뜻하는 날짜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들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의 수가 503이었다는 것 역시, 아주 상징적인 숫자죠. 여러분은 또 어떤 것들을 찾을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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