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영화 속 '퍼펙트'의 의미

영읽남의 벌책부록 - 퍼펙트 게임


지난 3월 프로야구가 개막했고,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시간엔 프로야구팬을 위한 영화 한 편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누구인가요? 이 최고의 자리를 두고 항상 언급되는 두 명의 투수가 있습니다. 고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감독이죠. 전성기가 다르기는 했지만, 두 투수는 세 번 맞붙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영화 <퍼펙트 게임>은 1승 1패 후에 있었던, 세 번째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퍼펙트 게임은 투수가 한 명의 주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고, 경기에 승리하는 걸 의미합니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23번 있었고,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최동원과 선동열의 경기에 ‘퍼펙트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이번 시간엔 이 퍼펙트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아,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실제 두 선수가 아닌, 영화 속 인물들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완벽한 선수가 되는 게임

<퍼펙트 게임> 속의 최동원과 선동열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동원은 성실한 노력파, 선동열은 느슨한 천재파 투수로 묘사되죠. 약점도 명확합니다. 최동원은 자신의 야구밖에 모르고, 다른 선수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선동열은 야구에 대한 독기가 부족한 선수로 묘사되죠. 야구장 밖에서 최동원은 홀로 러닝을 하고, 선동열은 동료들과 술을 먹는 모습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단이 확실한 두 투수는 서로의 맞대결,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자리를 건 승부를 통해 성장합니다. 최동원은 팀을 위해 빈볼을 던지고, 동료와 함께하는 투수가 되죠. 선동열은 전에 볼 수 없던 투지와 승부욕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영화는 두 명의 대투수가 자신에게 부족한 걸 보완하고, 완벽한 선수가 되는 과정을 담았죠. 그래서 퍼펙트한 게임이라 할 만합니다.


여기서 실제로 두 투수가 영화처럼 던지고, 성장했었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날 경기의 기록 및 두 선수의 이야기를 일부 가져오기는 했지만, 영화적 설정이 다수 추가되었습니다. 인물들의 시련과 성장이라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겠죠.



완벽한 결과를 만든 게임

이 경기는 두 투수 모두 연장 15회를 던졌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합니다. 경기 전부터 미디어가 보고 싶었던 승자가 없던 게임이었죠. 서로 2점씩을 주고, 안타도 많이 맞았기 때문에 전혀, 퍼펙트하지도 못한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승부의 결과를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요. 이 경기엔 패자가 없습니다. 두 투수는 부족한 걸 채우며 성장했고, 잃은 건 없습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패가 정해졌다면 어땠을까요. 두 투수 중 한 명의 명성은 깎였을 수 있고, 미디어는 승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을 겁니다. 한 선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로, 한 선수는 2인자로 미디어는 기억하려 했을 수도 있죠. 이 무승부 덕에 두 투수는 여전히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전설의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투수의 세 번째 경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결과로 볼 수 있죠.



완벽한 통합을 이뤄낸 게임

마지막으로 이 경기는 스포츠 이상의 것을 해냅니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단순한 라이벌이 아니죠. 롯데와 해태,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당시 프로야구는 국가의 정책으로 출발한 것이었는데요. <퍼펙트 게임>에서도 야구는 카카가 만들어준 것이라는 대사를 들을 수 있죠. 그리고 야구는 지역 갈등과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최동원과 선동열의 경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을 볼 수 있죠.


두 투수가 펼친 명품 승부는 이런 계획을 무너뜨렸습니다. 패자가 없기에 화낼 사람도 없는 경기, 그게 무승부가 가져온 선물이었습니다. 영화 속 관중들은 두 투수의 경기가 끝나고, 상대방 선수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조사해본 결과, 실제 경기에서도 관중들은 두 선수를 향해 박수를 보내줬다고 하네요. 분열될 것 같던 경기장이 두 전설 덕에 하나가 된 겁니다. 완벽한 통합을 이뤄낸 완벽한 게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퍼펙트 게임> 속 퍼펙트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야구팬으로서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했었지만, 작위적인 설정과 신파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마블리 마동석이 연기한 박만수라는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인데요. 최동원이 그날 홈런을 맞았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박만수는 감동을 위해 추가된 캐릭터로 볼 수 있죠.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가 실제 경기보다 덜 흥미롭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건데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릴 만큼 드라마틱한 순간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기대하게 되죠. 이번 시즌, 더 많은 드라마틱한 승부를 기대하며! 이번 주 시네 프로타주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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