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읽남의 벌책부록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
‘먼지가 되어’라는 노래가 어울리는 결말에, 허탈했던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스케일에 압도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죠. 이 영화는 마블 최대의 영화였지만, 최고의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피니티 워>에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천만 관객을 달성할 영화에 반기를 드는 건 두려운 일이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인적으로 신나게 관람을 했고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어벤져스>보다 아쉬운 점이 있었고, MCU의 균열을 목격했기에, 그걸 기록해두려 합니다.
<인피니티 워> 속의 캐릭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자신의 단독 영화가 있는 캐릭터도 다수 있죠. 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관객 입장에서는 축복이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고역이었을 것 같은데요. 모든 영웅을 한 화면에 계속 담을 수가 없어, 누군가는 제외해야 합니다. 그만큼 MCU의 덩치가 커진 거죠. 루소 형제는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영웅들을 다양한 공간에 퍼뜨렸습니다.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하나의 시퀀스로 본다면, <인피니티 워>의 시퀀스 별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시퀀스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빈번히 바뀌는 시공간과 인물의 감정선이 혼란스럽다는 거죠. 이는 자연스레 이야기의 전개를 산만하게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루소 형제는 영화 곳곳에 표지판을 뒀죠. 영화의 무대가 바뀔 때마다 자막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며, 관객에게 준비할 시간을 줬습니다.
<인피니티 워>는 시각적 스펙터클의 정점에 있는 영화입니다. 화려하고 멋진 장면을 끝없이 전시하죠.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이런 볼거리의 나열만으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 영화는 영웅들의 전국 체전에 가깝죠. 관객은 각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전투에 환호하고, 다음 경기에 입장합니다. 혹은, 스테이지 별로 화려한 볼거리가 준비된 마블의 쇼라고 해도 좋겠네요.
이 쇼가 관람료 이상의 가치가 있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매혹적이었기에, 비판마저 마비시킵니다.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을 바라지 않는 관객에게 이런 비판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오락 이상의 무언가로 생각하는 관객에게 이런 점은 분명 아쉬울 수 있죠.
‘어벤져스’ 시리즈는 인물 및 이야기의 주요 설정을 다른 텍스트(영화와 쿠키)에서 얻는 게 당연시됩니다. ‘어벤져스’의 모든 편을 봐도 <인피니티 워>를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죠. MCU를 제외하면, 여태 이런 시리즈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는, MCU의 영화 하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세계관이 커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이 거대한 스케일은 <인피니티 워>를 향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우리가 여태 알던 영화의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죠. 많은 관객이 <인피니티 워>를 다음 영화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편은 후속편이 개봉할 때, 같이 평가될 가능성이 크죠.
사실, <인피니티 워>도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될 여지는 있었습니다. 감독이 말했듯 이번 편은 타노스와 토르의 영화죠. 두 캐릭터 외의 ‘어벤져스’는 부차적이고 배경 같은 요소였습니다. 만약,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면 이 영화는 <타노스: 핑거 스냅>, 혹은 <토르: 스톰브레이커> 등으로 한 인물에 집중된 이야기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완결성을 확보했겠죠. 이런 완결성보다 팬을 위한 볼거리에 집중했기에 영화 한 편으로는 모든 걸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영웅이 모이고, 그들의 힘과 능력이 섞이면서 세계관에도 혼란이 왔습니다.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눈에 띄는데요.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스트레인지는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능력의 반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공간을 자유롭게 통제하던 능력이 보이지 않죠.
이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기존 세계와 ‘마법’을 조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스칼렛 위치도 너프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죠. 결국, 두 인물을 먼지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밸런스 조절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인피니티 워>는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케일과 화려함 등의 물량에서 오는 재미죠. 영웅들의 앙상블과 이야기의 완결성은 ‘어벤져스’의 첫 번째 편만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피니티 워>는 앞서 언급한 아쉬움을 덩치를 줄인 속편에서 보완할 것입니다. 분명 더 재미있는 영화로 돌아오겠죠. 하지만, 그래서 <인피니티 워>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예고편으로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