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격자] 실명한 시대를 향해 외치는 '살려주세요'

영화 일기#060 목격자

<목격자>는 ‘실명’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관객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 소녀가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부모의 호소다. 이 소녀의 일화는 영화의 플롯과 전혀 연관이 없지만, 영화의 주제 그 자체를 함의하고 있다.


<목격자>는 살인을 목격한 자의 침묵과 이것이 불러오는 파장을 보여준다. 사건의 유일한 눈이 침묵당하면서, 하나의 살인은 더 거대한 일로 번져가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저 살인자가) 어떻게 계속 사람을 많이 죽일 수 있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주지 않지만, <목격자>는 시작부터 그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목격자>는 '응시하는 자'의 위치를 바꾸며 스릴을 만든다. 살인을 목격함으로서 응시하는 위치에 있던 주인공은 단번에 '감시받는는 자'가 되면서 약자가 되고 두려움에 떨어야한다. '보는 것'의 힘을 여주는 구도까지 잡는 데는 성공한 영화다. 하지만, 이후 <목격자>의 전개는 아쉽다. 일찍 드러난 범인 덕에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부터, 주인공의 선택에 몰입보다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후반부에 영화가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는 플롯의 견고함이 아닌, 너무도 무능한 경찰이라는 공권력이다.


명확한 주제 의식을 영화 곳곳에 잘 숨겨뒀지만, 스릴러로서의 견고함이 떨어지는 게 아쉬운 영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