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읽남의 씨네픽업 - <드래곤 길들이기 3>
드래곤 사냥꾼의 방해에 맞서, 인간과 드래곤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히컵'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3>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지금 출발합니다.
1. 먼저, <드래곤 길들이기>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2010년 개봉한 1편은 '버크 섬'에 사는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이 강력한 드래곤인 '나이트 퓨어리'이지만, 꼬리 날개 한쪽을 잃은 채 인간을 경계하던 '투슬리스'를 만나 친구가 되어, 바이킹과 드래곤의 전쟁을 끝내는 내용을 담았죠. 2014년에 나온 2편은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등장한 적 '알파'와 '드라고'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이야기를 그렸죠. 그리고 2019년에 개봉하는 3편은 바이킹 족장으로 거듭난 '히컵'과 '투슬리스'가 누구도 찾지 못했던 드래곤의 파라다이스 '히든월드'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담았습니다.
2. 이번 작품은 1994년 설립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의 첫 '유니버셜 픽쳐스' 배급 영화인데요. 2010년대에 들어서 일루미네이션, 블루스카이,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등 '메이저 배급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약진,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와 픽사의 활약, 그리고 새롭게 런칭한 작품들의 흥행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 등 경영난으로 인해, 드림웍스는 2016년 '유니버셜 픽쳐스'의 모회사 '컴캐스트'로부터 38억 달러에 인수됐습니다.
같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일원인 일루미네이션은 드림웍스의 대표 아이콘인 <슈렉>과 <장화 신은 고양이> 시리즈의 리부트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드림웍스는 <크루즈 패밀리>(2013년), <트롤>(2016년), <보스 베이비>(2017년) 등의 속편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3편을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하네요.
3. <드래곤 길들이기 3>는 약 1억 2,9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만큼, 시각 효과의 디테일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숫자들로 그 시각 효과의 디테일을 살펴볼까요? 먼저 '버크족'의 이주 파티 장면에는 200명 이상의 캐릭터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버크족' 캐릭터들의 대부분이 수염을 길렀고, 몸에는 털옷을 입고 있어, 한 명 한 명마다 살아 있는 디테일을 심었죠. 이와 함께 이주 파티 장면에만 150개가 넘는 머그잔, 200개의 숟가락과 우묵한 그릇, 350개의 사과, 1만 개의 돌, 그리고 6만 개의 건초 줄기가 나옵니다.
4. 이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는 머리카락이나 옷, 그리고 액세서리 등을 전부 합하여 2,000가지의 독특한 캐릭터들의 소품이 등장하는데요. '버크족' 마을의 경우에는 대장간 장면만 해도, 1,097개의 개별적인 소품과 물건이 나오죠. '히컵'의 집에는 심지어 756개의 나사가 박혀있다고 합니다.
5. 또한, 드래곤의 파라다이스인 '히든월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65,000마리가 넘는 드래곤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장관을 이루는데요. 이 장면 외에도 드래곤들이 투입되는 전투씬에서 각각의 드래곤 캐릭터 성격에 맞게 액션 및 동선 비주얼을 모두 새로 짜는 심혈을 기울였죠. 또한, '투슬리스'가 한눈에 반하게 하고, 빛을 머금은듯한 백색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라이트 퓨어리'가 새롭게 등장하는데요. 브래드 루이스 프로듀서는 "자연 속 동물들, 그 중에서도 고양이과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을 관찰한 후 그것을 '라이트 퓨어리'에 적용했다"라고 밝혔습니다.
6. <드래곤 길들이기> 3부작을 모두 연출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장면으로, '구출 작전'(Rescue Mission)이라고 이름 지은 오프닝 시퀀스를 뽑았는데요. 그는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만들어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년)의 장면들을 레퍼런스로 삼았지만, 캐릭터들도 많고, 분량도 길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내용이라고 털어놨죠. 그는 "캐릭터를 세트에 배치한 후 중요한 움직임만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 블로킹' 작업에, 8명의 편집자가 두 달간 매달려야 했고, 이후 조명과 특수효과팀들이 모두 참여해 만들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7. 이번 작품에는 '문레이'라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랜더링 엔진이 사용됐는데요. '문레이'는 조명과 그림자 등 빛을 활용한 '광선 추적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속에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빛의 흐름을 만들어내죠. '문레이'는 우리가 실제 자연 속에서 보는 빛의 흐름에 기반한 빛, 그리고 그림자의 감각을 장면에 불어넣을 수 있으며, 한 장면에 수십억 개의 광선도 넣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전편에 이어 구름 파트에 참여한 한국인 스태프, 이도민VFX 아티스트는 "'문레이'를 통해 비행기에서 보던 구름의 질감을 만끽할 수 있다"라며, '나이트 퓨어리'와 '라이트 퓨어리'의 고공비행 장면을 추천했죠.
8. 영화 속 드래곤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딘 데블로이스 감독과 애니메이터들은 다 함께 앉아 자연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며, 참고할만한 동물들의 특징을 잡아냈고, 드래곤의 행동에 적용할 특정 행동들도 찾아냈다고 하는데요. 감독은 "드래곤이 현재하는 '동물의 왕국'의 일원인 것처럼,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라며,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혹은 캐나다 북부 지역에서 조류를 연구한 이들이라면 비슷한 모습을 본 것처럼 그려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터들이 그저 그런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9.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OST 작곡을 맡은 존 파웰 음악감독이 이번에도 참여했는데요. 그는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2011년, 생애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죠.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작곡하기 힘들었던 장면으로 '투슬리스'와 '라이트 퓨어리'의 첫 번째 데이트 장면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존 파웰 음악감독은 "데이트 장면은 교향곡으로 전해야 했다"라며, "서술적인 음악이지만, 완전한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력이 있는 곡이어야 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여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10. 이번 작품에는 역대 시리즈의 더빙에 참여한 배우들이 함께하죠. '히컵' 역의 제이 바루첼, '아스트리드' 역의 아메리카 페레라를 비롯해 '히컵'의 아버지 '스토이크' 역할의 제라드 버틀러, 2편에서 '히컵'의 엄마 '발카'의 목소리를 맡았던 케이트 블란쳇 등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또한, <아마데우스>(1984년)에서 '살리에리'를 연기한 F. 머레이 아브라함이 빌런 '그리멜'로 새롭게 합류했죠. 한편, 우리말 더빙 버전에서도, 김서영('아스트리드'), 안장혁('스토이크') 등 주요 성우들을 비롯해, 드라마 <황후의 품격>(2018~19년)에서 '이윤'을 맡은 오승윤이 '히컵' 역할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