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시범 경기. 결국, 올해도 다르다

프롤로그. 어쨌든 개막

우리는 봄이라는 계절을 언제 인지할까. 새로운 학기의 첫 등굣길에서? 두툼한 겉옷을 옷장 구석에 밀어 넣을 때? TV에서 '개나리가, 유채꽃이, 벚꽃이...' 등의 이야기를 떠들 때? 야구팬이란 종족은 이런 흔한 시그널에 반응하지 않는다. '시범 경기', '개막' 등의 단어에 겨우내 쉬고 있던 그들의 뉴런은 활성화되고, 혈관도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혈관은 왜? 곧, 일주일에 6일 이상은 혈압이 올라갈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봄이구나, 진짜 한해가 시작하는구나' 인지한다.

<나는 갈매기> 스틸 컷(출처: 드림빌 엔터테인먼트)

이들의 봄은 분주하다. 비시즌에 있었던 선수 영입 및 이동을 바탕으로 미리 라인업을 구성해보고, 올해 성적도 예상해본다. 전 구단이 우승을 꿈꾸고,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행복한 시기. 모든 야구팬의 감정을 조사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때가 행복의 양은 가장 많을 것이다.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야구는 개막해서는 안 된다. 그중 나 같은(그러니까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을 유독 들뜨게 하는 워딩이 있다. '롯데, 시범 경기 n번째 우승', 이어서 따라오는 '올해는 다르다'.


생각해보면 늘 달랐다. 매년 새로운 방법으로 팬들을 힘들게 했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실망을 준 '롯데 자이언츠'. 여태 목격한 롯데는 승리를 향한 열정이 있던 매력적인 팀이었고, 동시에 패배에도 불이 붙으면 쉽게 끄지 못하는 환장할 팀이었다. 이건 단순히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범주의 사고는 진작에 넘어섰다. (물론, 최근엔 못한 적이 훨씬 더 많기는 하다) 한 예로 작년엔 팀에서 가장 큰 두 어른이 사이가 좋지 않아 자식들이 피를 봤다. 끊임없이 새롭게 시즌을 망치는 방향과 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프로 스포츠계의 이단아, 마에스트로다.

<나는 갈매기> 스틸 컷(출처: 드림빌 엔터테인먼트)

1998년부터 이들과 동행한 덕분에 올해도 '야구잡썰'에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시즌은 야구잡썰에서 함께하는 삼성, 기아, SSG 모두 안정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어 자이언츠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 살짝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나부터 다르다. 작년엔 '너네가 그렇지'라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자이언츠의 야구를 봤다. 팬이 아니라 야구 평론가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와 달리 올해는 처음 야구를 좋아했던 그날처럼 자이언츠를 응원하려고 한다. 이제부터 이어질 글은 야구잡썰을 준비하며 정리한 생각, 그리고 올해는 다를 자이언츠를 매주 기록한 일지가 될 것이다.


이번 시범 경기도 우승으로 끝났다. 기분 좋은 출발 덕에 자이언츠 팬들의 기대도 하늘을 찌른다. 올해는 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의 마지막 시즌이자, 어느 때보다 기대를 받는 유망주들의 첫 번째 시즌이다. 포지션별로 가장 많은 변수를 가진 팀이기에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는 가장 설렐 요소가 많은 팀이라는 걸 뜻하기도 한다. 강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이번 봄은 유난히 긴 계절이 되길. 올해도 다르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