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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로운별 Oct 09. 2021

늙은이와 애늙은이 그 사이

그래도 아직 20대인데...

"으... 스불재 미쳤다"


어느 날 을 보고 잠시 생각이 멈췄다.

'응? 스불재가 뭐지?'


나중에 검색해보니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뜻이었다.

학업과 알바, 교내 활동, 대외활동을 병행하며 정신없어하는 나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일단 아는 척하면서 얼버무리긴 했지만 스스로 '나도 이제 늙은 건가?'라는 생각 앞섰다.


요즘은 신조어가 유독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예전에는 신조어 주 사용층이었으니 체감을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대박'을 뜻하는 '박박'부터 '스터디 카페'를 뜻하는 '스카' 등 신조어와 줄임말을 듣고 어리둥절 모습을 보이면 늙었다며 후배나 여동생에게 조롱받기 일쑤다.

(필자는 다행히 지인들에게 적당한 수준으로 조롱받는 것을 좋아한다(?))


같은 한글인데 소통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한글날이라서, 학과는 또 하필 국어국문학과라서 뭔가 더 와닿는 것 같다.




내가 뒤처진다고 느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폰 같은 기계를 만질 때도 적응하는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다.


6달 전 야심 차게 5G 요금제로 변경했는데도 폰 상단바에는 LTE만 모습을 드러내서 속으로 신랄하게 통신사를 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5G 우선 모드'로 설정을 해놓지 않아서 그런 것임을 깨닫고 잠깐 동안 내면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다.


컴퓨터 교실에 다니던 초등학생 때는 타자도 제일 빠르고 따라가는 것도 빨라 선생님 대신 가르치기도 했던 영광스러운 지난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손바닥만 한 폰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애늙은이 신세가 됐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라고 할 만큼 빠른 시대 변혁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날 휴대폰을 힘겹게 다루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솔직히 계속 물어보실 때면 불평을 늘어놓을 뻔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야 이를 이해한 나로서는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이런 한탄을 하는 내 나이는 98년생 호랑이띠, 24살이다.



Photo by Doğukan Şah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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