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우리는 일출에 몰려들지만
태양은 우릴 위해 뜨지 않는다.
우리는 일몰에 숙연하지만
태양은 그저 제 갈길 간다.
태양은 시작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가 그 주위를 맴돌면서
우릴 위한 것이라 믿는다.
태양은 언제나
우리 삶의 에너지이지만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지
일부러 우릴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우리가
본질을 규정할 수 없는 현상이다.
칸트의 ‘물자체’처럼
스스로 순환하는 자연이다.
세상은 언제나
태양과 우리 사이의 구름처럼
시나브로 순한 양도 사나운 야수도 되는
우리 앞에 들이 닥치는 우연이다.
세상은 언제나
그 누구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이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 안에서 뛰어 노는 것이다.
세상에 버려졌다 느낄 때에도
절망은커녕 포기도 하지 마라.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초인으로 사는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강물처럼 무심하게 흐를 뿐이다.
물 한 방울이 영원하려면
바다에 던져져야 하는 것처럼
세상의 품에 안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