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살만큼 살았는데
나름 당당하게 버텼는데
햄버거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쪼그라드는 내 모습이 싫다.
나이가 들어 그런 줄 알았다.
뒤에서 재촉하는 젊은 군상
앞에선 내가 원하는 걸
안 보여주는 키오스크.
그랬다. 나는 속았다.
직관적으로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도록
만들었다고 믿는 나를 한방 먹였다.
키오스크는 내가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팔고 싶은 것을 보여준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것도
나이가 먹어 그런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 탐욕이
날 바보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난 아직 쓸모 있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