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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 스프링 Jan 18. 2024

우리는 내향인 가족입니다.

내향인 네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


"자, 정답 아는 친구 손들면 선물드릴게요!"

제발 뽑아달라고 손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손 들기를 망설이는 우리 아이...

"퀴즈 도전하는 부모님께 선물드릴게요!"

아이들이 해보라고 재촉하지만 절대 손들지 않는 우리 부부.


우리는 내향인 가족입니다.


이 세상에는 내향인이 주류이지만 보통은 외향인을 주목한다.


학교 다닐 때 교실 속 풍경을 보면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아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회사생활을 할 때 본인이 먼저 나서서 일을 리딩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더욱 극소수이다. 하물며 어떤 모임을 가든 대표를 뽑는데 자원하는 사람이 나서준다면 그 모임은 운이 좋은 편이다.

어쩌면 다양한 기질의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사회에 적응하며 내향적인 성향이 더욱 길러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사회는 외향인을 지향한다.




첫째 아이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늘 마음에 걸렸다. 어릴 때야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니 어느새 고민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1학년에 입학한 딸은 1년 내내 엄마가 등, 하교를 함께 해주기를 원했다. 다른 아이들은 씩씩하게 혼자 잘만 다니던데. 언제쯤 독립적으로 행동할까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답답함과 불안함이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둘째 아이는 조금은 더 활동적인 것 같아서 내심 다행이었지만 역시 성향은 같았다. 낯선 사람뿐만 아니라 매주 보는 어른들에게도 인사하기를 꺼려하며 뒤로 숨는 아이. 처음에 넘어야 할 허들이 높아 무엇인가 적응하려면 오래 걸리는 아이였다.




어느 날, 아이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처음 보는 엄마와의 대면. 초면인데도 너무 살갑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도 화답하듯 반갑게 인사했다. 그날 오후가 되었고 예전처럼 안면인식 없는 분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나도 굳이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온 아이의 한마디


"엄마는 인사 잘하라면서 왜 먼저 인사 안 해?"


아뿔싸. 나도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닌 내향인이라 그 모습이 아이눈에 모순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아이의 걱정되었던 모습이 내 어린 시절과 같다는 것을.


늘 어른들을 만나면 큰소리로 인사하라고 강요하던 아버지. 정말 싫은 순간이었다. 그냥 고개 숙여 인사하면 되었지 목소리가 작다고 늘 한 마디씩 하셨다. 발표가 너무 싫었지만 모범생이 되고 싶어 억지로라도 하려고 애썼다.



회사생활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나에게는 너무 스트레스였지만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자 의지력을 가지고 해냈다. 언뜻 보면 순탄하게 보였던 순간순간이 내 안의 내향적인 성향을 거스르기 위한 혼자만의 사투였던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커지기에 그렇게 순간적인 외향인의 모습을 키워나갔다.


남편의 성격도 나와 결이 비슷했고 그것이 편안하고 좋아서 만났다. 이렇게 내향적인 부모아래 태어났으니 아이들이 외향적인 것도 이상한 일.



아이에게 발견한 나의 결핍대신 아이만의 고유함을 바라보기로 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때문일까. 유독 내향적인 성향의 아이들의 모습이 변하길 바랐던 건 사실이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아이들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런데 나의 모습을 인정하니 이제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향인이어서 잘 해낼 수 있던 것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우리 내향인 가족이 가진 긍정적인 모습들.

하기 싫고 힘들어도 묵묵히 해나가는 끈기와 성실함. 산만함 대신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 그리고 생각과 고찰이 만들어낸 내면의 힘. 우리 부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가진 보석들이다.


시각을 바꾸니 우리 아이들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아이 둘 다 하기 싫어도 하루의 할 일, 맡은 일은 꼭 끝내는 성실함. 친구들과도 싸우거나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인생은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각자의 고유함이 인정받고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원망하고 부러워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숨겨진 보석이 더 빛을 낼 수 있기를. 이제 우리 내향인 가족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



※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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