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했다. 아파트 시공 현장도, 도로 공사 현장도 다녀봤다. 그런데 정작 승진이나 이직을 고민할 때마다 자격증 칸이 걸린다. 공채 공고에 건설기술 자격증 우대라고 적혀 있다. 발주처 입찰 요건에 건설기술인 등급이 붙는다. 이 지점에서 토목기사나 건축기사를 처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큐넷에 들어가서 응시자격을 확인하다가 멈춘다. 관련 학과 졸업자가 아니고, 경력이 인정 범위에 맞지 않고, 학점도 부족하다. 건설기술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가 막막한 것이다.
건설 분야 기사 시험은 응시자격이 요구된다. 토목기사, 건축기사, 건설안전기사, 건설재료시험기사 등 건설기술 관련 기사 등급 시험은 4년제 관련학과 졸업자이거나, 산업기사 취득 후 실무경력 1년 이상이거나, 실무경력 4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건 중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을 때 학점은행제가 작동한다. 학점은행제로 106학점이 인정되면 기사 시험 응시자격이 충족된다. 산업기사는 41학점이 기준이다. 학점 계산에서 전공 구분은 없다. 건설 직무분야로 학습자 등록을 하면 토목기사, 건축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건설계열 기사 시험 대부분에 응시자격이 연결된다. 4년제 비전공 졸업자라면 타전공 학사 과정으로 48학점만 추가 이수해 106학점 조건을 채울 수 있다. 전문대 졸업자는 전적대 학점을 최대 80학점까지 인정받아 나머지만 채우면 된다.
건설기술 자격증은 단순한 시험 합격증이 아니다. 건설기술인 등급 산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 건설기술인 역량지수는 자격지수 40점, 경력지수 40점, 학력지수 20점, 교육지수 최대 3점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자격지수는 기사·기능장 취득 시 30점이 배점된다. 기술사와 건축사가 40점인 것과 10점 차이다. 등급은 초급(35점 이상), 중급(55점 이상), 고급(65점 이상), 특급(75점 이상)으로 나뉜다. 기사 자격증 취득 후 경력을 쌓으면 중급·고급으로 승급할 수 있고, 특급기술인은 발주처 입찰 요건과 현장 배치 기준에서 차별적으로 대우받는다. 토목기사는 전문건설업체, 토목엔지니어링회사, 공공기관, 토목직 공무원 가산점 등으로 쓰임이 넓다. 건축기사는 건설기술인 경력 산정 시 6개 전문분야(건축구조, 건축기계설비, 건축시공, 실내건축, 건축품질관리, 건축계획·설계)를 모두 인정받는 유일한 자격이다.
학점은행제 온라인 수업은 학기당 최대 24학점, 연간 최대 42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 자격증 학점 전환도 병행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학점인정신청은 매년 1월, 4월, 7월, 10월 네 차례만 가능하다. 기사 시험은 연 3회 시행되므로 목표 회차를 정한 뒤 역산해 학점인정신청 시점을 맞춰야 한다. 이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한 회차 전체가 밀린다. 건설기술 자격증 시험 자체 난이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토목기사는 전기, 기계기사와 함께 3대 기사로 불릴 만큼 난이도가 높다. 필기시험은 측량학, 응용역학, 수리수문학, 철근콘크리트 및 강구조, 토질 및 기초, 상하수도공학 6과목이다. 응시자격을 만드는 시간과 시험 준비 기간을 따로 계획해야 한다.
건설기술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험 공부가 아니다. 지금 학점이 얼마인지, 얼마나 더 필요한지, 다음 학점인정신청 시점이 언제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정해져야 시험 준비 시작 시점이 정해진다. 건설기술 자격증은 취득한 순간부터 건설기술인 등급과 경력이 쌓이기 시작한다. 늦게 시작하면 그만큼 경력 기산점도 늦어진다. 응시자격부터 설계하는 사람이 시험장에도, 현장 경력 축적에도, 등급 승급에도 더 일찍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