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년을 일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혹은 승진을 위해서, 혹은 연구직으로 방향을 바꾸고 싶어서 대학원을 찾아봤다. 입학 요건을 확인하는 순간 막혔다. 학사학위 소지자.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전문학사는 학사가 아니다. 4년제 학위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원 지원 자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4년제 대학에 편입하거나 처음부터 입학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대 졸업 후 대학원으로 가는 경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직선이 아닐 뿐이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면 대학원 지원이 가능해진다.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학점은행제 학사학위는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으로 인정된다. 학사학위 취득 기준은 총 140학점이다. 전공 60학점 이상, 교양 30학점 이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전적대 학점을 최대 80학점까지 가져올 수 있다. 3년제 졸업자는 최대 120학점이 인정된다. 즉 2년제 졸업자는 나머지 60학점을, 3년제 졸업자는 나머지 20학점을 추가로 채우면 학사학위 조건이 완성된다. 전문대에서 이수한 전공과 학점은행제 진행 전공이 동일한 경우 전공학점이 그대로 전공학점으로 인정된다. 온라인 수업은 학기당 최대 24학점, 연간 최대 42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 자격증을 학점으로 전환하면 수업 이수 부담이 줄어든다. 학사는 최대 3개 자격증까지 학점인정이 가능하다.
학점은행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가장 현실적으로 진입하는 경로는 특수대학원이다. 특수대학원은 직장 병행이 가능한 주말·야간 과정이 많고, 현장 경력을 가진 학습자에게 친화적인 전형 구조를 갖고 있다. 경영대학원(MBA), 복지대학원, 행정대학원, 교육대학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대학원은 연구 역량과 지도 교수 컨택이 중요하며, 학위 배경을 더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어떤 분야를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특수대학원과 일반대학원 중 어느 쪽이 맞는지가 달라진다.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 공기업 승진, 연구직 전환, 전문 분야 자격 응시, 승진 심사 등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생긴다. 전문대 졸업 후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설계했다면, 학점은행제 학사학위는 그 중간 지점이 된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 기준으로 동일 전공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3학기 수준이다. 전적대 학점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면 1학기 만에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전공 60학점을 새로 채워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린다. 학위는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수여된다. 2월 학위수여를 원하면 전년도 12월 15일부터 1월 15일 사이에 학위신청을 해야 한다. 8월 학위수여는 6월 15일부터 7월 15일 사이에 신청해야 한다. 이 일정을 미리 역산해 학점인정신청 시점을 계획해야 한다. 비용은 온라인 수업 기준으로 과목당 수만 원대이며, 전문대 시절 전적대 학점을 충분히 활용하면 추가 수업 수가 크게 줄어 전체 비용 부담이 낮아진다.
전문대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 막혀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 벽은 학사학위 하나로 허물 수 있다. 학점은행제는 그 학사학위를 만드는 경로다. 이미 전문대를 다닌 학점이 자산이 된다. 전문대 시절 쌓은 전공 학점이 학점은행제 학사 과정에서 그대로 살아난다. 얼마나 빨리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어느 대학원을 목표로 삼을지, 어떤 전공으로 설계할지. 이 세 가지를 먼저 정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대학원 입학을 더 빨리 현실로 만든다. 전문대 졸업이 대학원의 끝이 아니라, 학점은행제로 학사를 만들고 대학원 문을 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