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막히는 지점이 생긴다. 채용 공고의 지원 자격에 '학사학위 이상'이 적혀 있을 때다. 전문대를 졸업했다. 성실하게 다녔고, 전공도 익혔다. 그런데 그 졸업장이 어떤 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도 학사학위 요건에 막히는 경우가 있다. 기사 시험을 보려 해도 일정 학점이 필요하다. 자격증을 따도 학위가 없으면 취득하지 못하는 2차 자격들이 있다. 학력이 발목을 잡는다는 게 실제로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다시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직장이 있거나,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인 여건이 맞지 않는다. 학점은행제 전문대 졸업자에게 유독 열려 있는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이 시점에 알게 되는 사람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전문대 졸업자에게 특별한 조건을 적용한다. 4년제 대학 졸업자는 학점을 가져올 수 없다. 반면 학점은행제 전문대 졸업자는 이수한 학점을 학사 과정에 그대로 편입시킬 수 있다. 2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최대 80학점까지, 3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최대 120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학사학위를 취득하려면 총 140학점이 필요하다. 전공 60학점, 교양 30학점이 기본 조건이다. 2년제 졸업자가 80학점을 인정받으면 나머지 60학점만 채우면 된다. 3년제 졸업자라면 사실상 20학점 내외로 학사학위에 도달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단, 전문대 전공과 학점은행제에서 진행하는 전공의 과목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80학점 또는 120학점을 100% 온전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처음부터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어느 학점이 어느 구분으로 인정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점은행제 전문대 졸업자가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연결되는 경로가 여러 갈래다. 대학원 진학이 가능해진다.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은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 기사 자격증의 경우 관련 분야 학사학위 소지자는 실무경력 없이도 응시할 수 있다. 보육교사 2급을 취득한 전문대 졸업자라면 학점은행제로 아동학 학사학위를 취득해 유아교육대학원 양성과정에 진학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 편입의 경우 학점은행제로 80학점을 갖추면 지원 가능한 학교의 폭이 넓어진다. 전문대 졸업 후 대졸자전형을 노린다면 반드시 전문학사 80학점을 완성해야 한다. 사이버대학교 3학년 편입은 70학점이 기준이다. 방송통신대학교 3학년 편입은 63학점이면 된다. 학사학위 하나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음 경로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다.
학점은행제 전문대 졸업자가 학사학위까지 걸리는 시간은 출발 조건에 따라 다르다. 전공이 일치하고 인정받는 학점이 많을수록 짧아진다. 온라인 수업은 학기당 최대 24학점, 연간 최대 42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 자격증도 학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사 자격증은 20학점, 산업기사는 16학점으로 인정된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은 14학점이다. 학사 과정에서 자격증은 최대 3개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전공과 연관이 없는 자격증은 1개 한도다. 수강료는 교육원마다 다르지만, 사이버대학교 등록금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수입을 유지하면서 학위 요건을 채워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용이 낮은 게 아니라 기회비용 자체가 다른 경로와 비교된다.
학점은행제 전문대 졸업자 경로가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리하다고 해서 저절로 짧아지지는 않는다. 전문대에서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그 과목이 학점은행제 전공 기준에서 어떤 학습구분으로 인정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80학점을 가져온다고 해도 전공 인정 여부에 따라 추가로 채워야 할 학점의 성격이 달라진다. 학위연계 신청은 한 번만 가능하다. 잘못 설계하면 되돌릴 수 없다. 전문대 시절의 학점이 얼마나 살아남느냐, 남은 학점을 어떤 순서로 채우느냐가 결국 도달하는 시점을 결정한다. 전문대를 마쳤다는 사실은 이미 상당한 출발점이다. 그 출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느냐가, 학사학위를 받는 날짜를 앞당기거나 늦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