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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법, 생전에 돌보지 않다가 사망 후 친부모 상속권

"구하라법"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구하라법이란, 상속결격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안을 말하는데요, 물론 최근 결국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됨에 따라 입법에는 일단 실패하였습니다.



살아있을 때 부양, 보호, 양육의무를 일절 하지 않았던 부모! 자식이 사망한 후, 그 자식에게 적지 않은 재산과 연금 등이 있는 상태임을 알고 수 십년만에 나타나 "내가 부모이고, 법적으로 상속권이 있으니 재산상속을 해달라, 연금을 받게 해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거 이거~~~~~뭔가 심하게 불편하고 찜찜한 상황인데요...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 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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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에 법률적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래의 2가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1) 현행 상속법상 상속인의 순위와 법정상속분

(2) 현행 상속법상 상속결격사유





(1) 현행 상속법상 상속인의 순위와 법정상속분


현행 상속법상 상속순위는 크게 혈족상속 / 배우자상속으로 나뉩니다.


혈족상속의 제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제2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제3순위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제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입니다. 배우자는 그 직계비속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만약 피상속인에게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게 되니다.


☞ 즉,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 등에 해당하기만 하면 - 핏.줄.이.기.만.하.면- 생전에 부양을 했는지 보호를 했는지 양육을 했는지 불효를 했는지 그런 사정과 무관하게 "무조건" 상속인의 자격, 상속순위에는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현행 상속법의 태도입니다(다만 (2)항에 설명할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면 상속인의 자격에서 배제되게 되기는 합니다만, 현행법상 상속결격사유에 부양/보호/양육의무 불이행이나 불효 등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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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행 상속법상 상속결격사유


현행 상속법상 상속인이 상속에서 결격되는 사유는 아래의 5개로 제한적 열거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해당해야만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


☞ 이처럼 현행 상속법제상 "살아 생전에 부모로서/자식으로서/배우자로서 보호의무, 부양의무, 양육의무 등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속결격의 사유가 발생하면, 당연히 상속인은 상속할 자격을 잃습니다. 상속결격자는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인이 될 수 없음과 동시에 수증결격자에도 해당하므로(민법 제1064조) 수증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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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그 다음에는 "결국 못된 부모도 자식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실질적으로 생전에 부양/양육을 충실히했던 다른 부모나 배우자 등에게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상속받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생길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를 우리 상속법에서는 "기여분"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공동상속인들 중, 특별히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특별히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법정상속분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법률상 상속결격자로는 만들지 못하는 불합리를 상속재산분할과정에서 기여분의 주장 등의 방법으로 보완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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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살아있을 때는 본체만체 하다가, 죽고 나니 찾아와 상속재산을 내놔라"하는 핏줄에 대한 상속법적인 분쟁의 해결 흐름입니다. 그 외에,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과/거/양/육/비/청/구의 가능성입니다.


최근,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선고되었는데요.


소방직 공무원인 딸이 순직하자 32년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 상당을 수령해간 친모사건입니다. 어쨋든 핏줄(부모)로서 유족급여 수령권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는데요, 돌연 나타나 죽은 딸의 유족연금을 받아간 친모에게, 딸을 혼자 키운 남편이 과거양육비청구소송을 접수한 것입니다. 법원은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생모는 두 딸의 친 어머니로서 청구인(전 남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면서 과거양육비 7,0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지요,


이러한 사례는, 속칭 '구하라법'이 문제될만한 모든 사례군에서 적용이 가능한데요, 상속권, 연금수령권 자체를 박탈하기는 힘들지만, 수년 또는 수십년간 양육,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들어 양육비청구소송 접수함으로써 일정부분 금전적 부담을 지우게 하는 방법입니다.

-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

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 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그와 같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나. 한 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저는 요즘 tvN에서 방영 중인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라는 드라마를 즐겨봅니다. 나이가들수록, "가족"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될 때가 많더군요. 특히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관하여는 문득문득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가곤 합니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고 자식에게 모든걸 쏟아부여야 하는 것은 아닐것입니다. 다만, (법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자식이 미성년인 기간동안에게는 부모는 비록 부모 자신이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을 우선하여 부양,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이를 법에서는 '1차적 부양의무'라고 합니다). "자식을 낳아놨으면 책임을 져야지~~~~~"라는 말도 많이들 하지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미성년 자녀를 제대로 부양.양육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런 눈물겨운 사정들이 있다면 쉽게 비난하기는 힘들겠죠. 다만, 거기까지일뿐, 그런 부모라면, 나중에 자식이 죽었을 때 나타나 자식의 재산을 받아가겠다 주장하는 것, 그 모습에 대하여는 좋은 평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감히, 그 가족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관해서 1도 모르는 제3자가 논하고 평한다는 것이 주제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최소한의 신의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법으로 모든 것을 치유하고 보호하고 보전 할수는 없습니다. 법이 아닌 도덕, 신의, 도리로써 그 나머지 간극을 채워가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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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변의 시사법정은, 작성일 기준 언론보도 등을 기초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증거관계는 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일반적인 법률적 자문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실제의 처벌과 책임은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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