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GIO, 스타트업 창업자 4분의 화기애애했던 티타임 스케치
지난 달 18일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 20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행사에 참석하신 네이버 이해진 GIO님과 후배 창업자들과 함께하는 티타임이 있었거든요:)
무대가 아닌 캐주얼한 자리라 그런지 본 대담보다 조금은 더 화기애애했던 티타임 현장, 본격적으로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 인사부터 하시네요:) 예전에 다른 컨퍼런스에서 보고 이해진 GIO님의 팬이 되었다는 엔씽 김혜연 대표님은 뒷모습만 나왔지만 함박웃음을 짓고 계셨을 것 같네요.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님은 총 4분입니다. 왼쪽부터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만드는 링크플로우 김용국 대표님, 모바일과 온라인 트래픽을 중개하는 광고 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하고 최근 블록체인에 투자도 하시는 게임베리 임형철 대표님, 모듈형 버티컬 스마트팜을 만들고 있는 엔씽의 김혜연 대표님,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띄우는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님.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분들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님과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 김도현 교수님도 자리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역시 대화의 포문은 근황토크로 열어야죠. 먼저, 현재는 프랑스에서 ‘네이버 프랑스’도 만들고 스테이션F도 하고 계신 이해진 GIO님에게 프랑스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님께서 여쭤봤습니다.
“라인이라든지, 웹툰이라든지, 상거래라든지, 다양한 주력 시장들은 후배들이 잘하고 있다. 예전에 일본 사업할 때까지만 해도 제가 주력 사업을 했다면, 이제는 중요한 건 후배들이 다 하고, 저는 그 다음에 해야 하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이 시장이 가능성이 있을지 알아보는 탐색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 코렐리아 캐피털에 통크게 2천억을 지르면서(!) 한국에서 TBT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여쭤봅니다.
“수십조의 자본을 수백명이 투자하는 텐센트처럼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을 가진 다른 생태계를 생각하니 위기감이 들었고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생태계를 다지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만드는 초기에는 투자에 관심을 많이 못 가졌는데, 이제는 기업에 새로운 DNA가 필요한 단계인 것 같다.”
창업계 대선배를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질문도 다양합니다. 게임베리 임형철 대표님은 이렇게 큰 기업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성공 비결을 여쭤 보셨습니다.
“시장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서 절대적인 성공법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CEO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럭저럭 잘 했다. 자기 스타일대로 하되,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좋은 사람들로 커버하면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인재일까요? 이 좋은 인재가 혹여 나가겠다고 할 때(ㅜㅜ)의 전략은 어땠는지, 버즈빌 이관우 대표님께서 여쭤보셨습니다.
“밖에 보이는 것과 속의 생각이 같은 맑고, 생각이 독특한 사람을 선호한다. 이런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화도 재미있고 이야기할 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들에겐 일단 가능한 보상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나가겠다고 하면 너무 상처받지 않고 잘 보내줘야 한다. 좁은 사회니까 갔다가 또 올 수도 있으니까."
링크플로우 김용국 대표님께서는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플랫폼 사업을 할 땐 단순히 트래픽을 수집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돈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메인스트림을 잡았던 게 주요했는데, 이런 점에서 사업은 운칠기삼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30%는 최선을 다하고 70%는 고민해 보되, 내가 한 건 30%니까 잘 됐을 때 잘난 척 할 것도, 안 됐어도 너무 괴로워 할 것도 없다. 물론 사업은 스포츠와 비슷하게 과정보다 결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고통스러운 점이긴 하다.”
모신 스타트업 대표님들도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분들이라, 글로벌 진출 당시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도 있었네요. 한국에서는 공고한 스타트업이라도 해외진출은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그 때 중요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본 진출은 한국에서 인터넷 버블이 꺼질 때 절박함에서 시작했다. 진출 후 십년 간 성과 없이 고생도 너무 심하고 돈도 많이 까먹어서 이사회에서도 비판 의견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겹쳐 철수하려던 때 라인이 터졌다. 너무 어려워서 접고 싶었을 때 못 접은 이유는 사람이었다. 타향살이, 비전이 쉽게 안 보이는 서러움을 견뎌내는 팀, 이들을 믿고 서포트하는 인프라(투자)가 맞아야 가능하다.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같은 거라 한국에서 1등하고 있는 게 도움이 안 되서 많이 힘들었고, 투자를 단계별로 받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국에서, 네이버 내에서 계속 서포트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글로벌 기업을 일궈낸 창업가에서 이젠 글로벌 투자자로도 활동하고 계시니, 투자를 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시는지도 여쭤봅니다.
“사업의 주제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바뀌면 주제도 바뀌게 되서, 결국은 투자받는 사람의 열정과 유연성, 기운을 보게 된다. 물론 주제를 잘 잡았는지, 주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비슷한 사업모델을 따라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글로벌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요즘 스타트업의 사업 난이도가 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엔씽 김혜연 대표님께서는 이해진 GIO님의 최종 목표나 꿈이 뭔지 여쭤봅니다.
“처음에는 한글 검색엔진이 없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가 이내 돌아오는 월급날을 떠올리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일해 온 것 같다. 지금도 고민이 많지만, 지금은 한국에 네이버도 있고 구글도 있어서, 한글 사용자를 위한 선택지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과, 기업을 나름대로 깨끗하게 지켜왔다는 것 두 가지를 자부심으로 생각한다.”
함께 배석하신 김도현 교수님과 임정욱 센터장님께서 덧붙이신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90년대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배가 없었는데, 요즘은 본엔젤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소신껏 투자하는 흐름이 생겼고, 그러다 보면 큰 회사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질서 사이에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어 선배 창업자가 목소리가 창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도 말씀 주셨습니다.
“공간을 만들거나 해서 창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려고 한다. 우리도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요즘 눈여겨보는 스타트업이나 기술 트렌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님이 여쭤봤습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AI나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웹툰 사업을 15년째 하고 있는 것처럼, 네이버에서는 유행과 상관없이 뿌리 깊은 기술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사업은 결국 이런 뿌리가 중요하니까.”
블록체인에 투자를 하고 있는 임형철 대표님께서 블록체인 시장을 어떻게 보시는지도 여쭤봅니다.
“블록체인은 일본에서 ‘링크’라는 사업을 운영 중이며, 한국에서는 라인 쪽 아니면 따로 할 생각은 지금은 없다. 사실 인터넷은 재밌기도 하지만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몇 개월만 지나도 다 바뀌는데 강연이나 인터뷰는 전부 남아 있어서 그 점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말했던 것을 고집부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과거에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담 전, 약 한 시간 동안 마련된 티타임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눈빛을 반짝이며 질문하신 후배 창업가 분들께는 선배의 경험과 철학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내내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계신 네이버 이해진 GIO님께도 요즘 스타트업 창업자 분들의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접점이 계속해서 늘어간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도 한층 더 돈독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훌륭하게 사업을 일군 벤처 1세대들이 다음 세대의 손을 잡아줘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