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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투자는 경영자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테헤란로 펀딩클럽] 알펜루트자산운용 김항기 대표 2편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물한 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알펜루트자산운용입니다. 행사는 김항기 대표의 알펜루트자산운용 소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 김항기 대표가 함께한 대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테헤란로 펀딩클럽] 알펜루트자산운용 김항기 대표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임정욱 센터장(이하 ‘임’): 과거 애널리스트가 된 과정이 좀 독특하다고.

김항기 대표(이하 ‘김’): 바로 애널리스트가 된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노력하는 건 자신 있어서 증권사 지점에서 열심히 영업해 계속 1등을 했다. 이후 법인 브로커가 되어 매일 기업탐방을 한 곳씩 다녔다. 2년 동안 다닌 기업 수가 800개 정도다. 그러다 보니 종목을 많이 알고 기업 분석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회사탐방을 하러 가면 보통 팀장이나 CFO를 만나야 했는데 저는 무조건 대표를 만나려고 했다. 15년 넘게 기업 대표를 만나며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봐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말과 행동 패턴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경영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올바름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게 된 점이 과거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큰 자원이었던 것 같다.


저는 철칙처럼 하는 말이 있다. 기업의 크기는 경영자의 그릇 크기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업의 가치와 전략, 경쟁의 잉태 등에 대해 장기적으로 연구하지 않는 경영자는 기업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표가 올랐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글로벌 1등을 향해 가야 하는데 현재 캐시플로우가 좋다고 이상한 일을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48376793817_fc096ead2d_k.jpg 왼쪽부터 알펜루트자산운용 김항기 대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임: 알펜루트는 일반적인 자산운용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투자한다.

김: 자산운용사라고 하면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연기금, 보험사의 돈을 받아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벤처 투자자금은 100% 민간 자금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을 좇는 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져가 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미래에는 국내서도 민간 자금에 수요가 있을 거라 보기에 앞장서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득했고, 3년 만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모은 걸 보니 일정 부분은 맞았던 것 같다. 헤지펀드의 장점은 보고의 의무가 없고,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다. 물론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투명하게 공개한다. 저는 스스로 사업가라고 생각하고 일한다. 사업은 현황을 열심히 인식한 다음 미래에 대해 배팅하는 것이다. 결국 이 일을 하게 된 것도 하나의 배팅이다. 변곡점에서 배팅하는 걸 좋아한다.


임: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김: 기업의 밸류에이션만큼 모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품고 있는 미래 가치의 총합을 계산해야 하는 이상한 행위다. 올바른 회사라면 캐시 인젝션이 미래의 캐시플로우나 이익을 더 늘릴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 작동되는지 안 되는지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업의 캐시 인젝션이 얼마 됐는지 유의 깊게 본다. 현재 기업에 투입되는 현금 흐름과 경영자의 노력 및 시간이 미래의 성장과 얼마나 맞물려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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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알펜루트에서 투자받기 위한 접근 방법이 있다면

김: 앞서 말한 여섯 가지 질문을 생각하고 답하려면 정말 힘들다. 그냥 답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유체이탈이 될 정도다. 저희도 20시간 이상 걸리는 어려운 일이기에 함부로 시작하지 못한다. 지금은 90% 정도 기존에 투자받은 기업이 소개해준다. 알펜루트의 투자를 받으려면 정신력도 강해야 하고, 똑똑하고 현명해야 한다.


임: 엑싯모델 같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엑싯모델을 갖고 있진 않다. 장기적으로 좋은 기업이면 계속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알펜루트는 VC와 달리 펀드의 수명이 없어 가능한 한 길게 하고 싶다. 다만 저희는 계산적인 하우스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캐시플로우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임: 알펜루트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저희는 사업을 이해하는 하우스다. 사업가 마인드가 크고 경영자를 이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다음으로 자금의 자유도가 높다. 경영자의 지분이 낮으면 큰 금액으로 콜옵션을 행사해 경영자가 지분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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