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창업가의 12가지 특징 [감수자의 글]
마크 수스터Mark Suster는 미국의 유명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액센츄어Accenture의 미국, 유럽, 일본 지사에서 10년간 일한 뒤 두 번의 창업을 경험하고, 2007년 스타트업 투자자로 변신했다. 본인의 글로벌한 업무와 창업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을 자신의 블로그 '테이블의 양쪽’을 통해 활발하게 전하고 있다. LA의 업프론트벤처스Upfront Ventures의 매니징디렉터로 일하면서 트루카, 버드 등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프레드 윌슨과 함께 대표적인 글을 잘 쓰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유명하다.
마크 수스터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기자, 인터넷기업 CEO 경력을 거치고, 2013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창업가들을 만나왔다. 그러면서 나도 내 나름대로 ‘성공하는 창업가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마크 수스터가 생각한 “무엇이 창업가를 만드는가”에 더해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여기에 덧붙인다.
성공하는 창업가들이 지닌 특징 중 하나는 일상 속에서 문제를 포착하고, 남다른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단 것이다. 나는 스타트업은 '문제 해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아니면 자기 자신이 일상 속에서 느낀 불편함이나 문제를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누적 다운로드 1,900만(2018년 8월 기준)에 이르는 국민 송금 앱 ‘토스Toss’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를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는 "한국에서 모바일에서 돈을 보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은행 앱을 통해서 돈을 보내려면 단돈 만원이라도 공인인증서 이동 설정, 공인인증서 암호 입력, 상대방 계좌번호 입력, ARS 본인 확인, OTP 암호 입력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어가는 일을 그는 자신이 나서 해결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해결 방법으로 은행의 자동 계좌 이체망인 CMS망을 이용해서 고객들이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아도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형 은행들이 겨우 4~5명 있는 작은 스타트업에 CMS망을 열어줄 것인가? 이용자들이 송금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면 돈은 어떻게 벌 것인가? 주변에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는 도전했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이렇게 시작한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호기심에 기반을 둔 분석력이 중요하다.
테슬라Tesla에 다니던 미국 교포 이시선 씨는 2016년 겨울 한국에 방문했다가 숙취해소 음료를 발견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도 숙취해소 음료의 도움으로 다음날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호기심을 유지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숙취해소가 되는가”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열심히 탐색을 한 그는 관련 논문을 쓴 UCLA 교수에게 연락해서 질문하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도 이런 제품이 팔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잠재시장 규모를 계산해 봤다. 주위 사람들에게 샘플 음료를 돌리며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직접 제품을 계속 사용해 보고, 다음날 자신의 컨디션을 블로그에 기록하면서 데이터를 쌓았다. 이렇게 호기심에 의거한 그의 분석력이 향후 창업의 발판이 됐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넘쳐도 실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실행력이 남다른 사람들이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빼앗긴다고 생각해 꼭꼭 감추거나 아이디어만 가지고 우선 돈부터 투자해달라고 다니는 사람들과 달리, 성공한 창업가들은 우선 뭔가 간단히 만들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에어비앤비Airbnb를 창업한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2008년 자신들의 아파트의 남는 공간에 에어베드를 깔고 재워주고 숙박비를 받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들은 바로 에어베드앤브렉퍼스트(airbedandbreakfast.com)이라는 도메인을 사고 간단히 블로그로 자신의 아파트 사진을 찍어 올리고 묵을 사람을 구했다. 제대로 디자인된 호텔 예약 사이트 같은 것을 만드느라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실행한 것이다. ‘모닝리커버리’라는 숙취음료를 만든 82랩스 이시선 대표도 “미국에서 숙취음료가 팔릴 수 있을까”라는 가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바로 제품 제작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행오버드링크닷컴(hangoverdrink.com) 이라는 도메인을 확보하고 바로 있지도 않은 가상의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2,000달러치의 주문을 받고 나서 그는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제품 주문은 모두 취소하고 환불해 줬다.)
박스 속에 갇히지 않는 상상력도 중요하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예전의 관습, 규정, 법규 등을 다 따라가면서 사업을 하다 보면 평범한 서비스, 제품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건 예전에 해봤는데 안됐어”, “그건 규제 때문에 안 될 거야”라는 식으로 쉽게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박스를 깨는 아이디어로 도전해 봐야 한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싸워서 바꿀 수 있다는 기백이 필요하다. “승객 운송 서비스는 시에서 허가를 받은 택시만 할 수 있다”든지, “자기 집의 남는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은 위법의 여지가 있으니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포기했다면 오늘의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위법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를 사회규범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에 기존의 틀을 깨는 상상력을 가지면 더 많은 사업 기회가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위에 열거한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존버 정신’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창업 과정에서는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크게 낙담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이 중요하다. 세상 일을 밝은 쪽,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남는 방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돈을 번다”는 창업 아이디어가 끝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을 만난 투자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누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서 잠을 잘 것인가.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많은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가 일부 별난 사람들만 쓰는 틈새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거부했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일단 버티기 위해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와 존 매케인 후보를 응원하는 그림이 디자인된 시리얼을 제작했다. 그리고 그 제품이 의외로 양쪽 지지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버틸 자금을 마련했다. 나중에는 이런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높게 평가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대표에게 소액 투자를 받았고, 오늘의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에 투자자들의 냉담함에 좌절하고 포기했으면 오늘의 에어비앤비는 없었을 것이다.
관찰력, 문제 해결 능력, 호기심에 바탕한 분석력, 실행력, 박스 속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 등이 내가 인상 깊게 본 창업가의 특징이다. 세상 일에 유달리 관심이 많고 항상 두리번거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는 사람들이다. 호기심이 넘쳐난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간단하게라도 뭔가 만들어서 실행해본다. “원래 안 되는 것”은 없다. 뭐든지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꼭 창업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이런 기질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기계에 자신의 일을 호락호락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튄다”며 따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튀는 창업가들에게 “안 될 거야”라고 빈정대기보다는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리디북스가 번역 제작한 업프론트벤처스 마크 수스터의 '무엇이 창업가를 만드는가'를 감수하고, 본문을 한 챕터씩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브런치를 통해 소개합니다. 본 내용은 리디북스에서 무료 전자책으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