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Feb 05. 2017

스타트업 시작

회사 다니며 스타트업(1)

  팀 구성이 모두 끝난 뒤 본격적으로 어떤 식으로 스타트업을 운영 해나갈지에 대해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 당시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직 회사를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퇴사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퇴사를 언젠가 할 생각이긴 했지만 우선은 결심히 확고하게 설 때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나의 이런 생각을 팀원들은 잘 받아주었고 그들도 각자의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파트타임 형식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해나가기로 합의를 봤다.


  이런 운영 방식에는 좋은 예가 하나 있었는데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가 그렇다. 선데이토즈는 주말을 이용하여 스타트업을 운영해 나갔고 애니팡으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스타트업을 '스텔스 스타트업'이라고 얘기하는데 어떤 통계에서는 풀타임으로 하는 것보다 오히려 '스텔스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도 얘기한다. 우리는 이런 선례를 따라서 주말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고 모임 때마다 한주 동안 어떤 일을 할지 각자 정하고 그다음 주 모임에서 결과물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때 Trello를 이용하여 업무를 관리하기로 했다.(다들 이런 형태의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 툴을 소개했고 추가로  Slack 또한 소개했었다.)


  업무 진행 방식을 정하고 난 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말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친구들과 함께 했었던 모임에서는 기획을 잡아가는 과정이 오랜 시간을 소비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달랐다. 대표가 이미 생각해놓은 구체적인 기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요구사항의 연속이 아니라 flow chart와 대략적인 wireframe까지 갖춰진 상당히 디테일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나와 디자이너는 큰 논의 없이 바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개발자가 나 혼자 뿐인 팀의 특성 탓에 나는 개발의 생산성을 중요시 여겼다. 그때 당시 난 안드로이드 개발에 가장 익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첫 MVP제품은 안드로이드로 개발하기로 하고 백엔드는 Python Django를 이용하여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Python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고 많은 reference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렇다더라만 믿고 고르진 않았고 많은 article들을 보면서 검토한 결과였다. 게다가 Python Django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훌륭한 앱에 쓰인 프레임워크였기 때문에 더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개발을 해나갈지 결정한 후 나는 매일 퇴근 이후의 시간과 주말을 이용하여 개발을 해나갔다. 그때 당시 나는 회사에서 채우지 못했던 개발에 대한 욕구가 많았기 때문에 힘든 시간들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일을 진행했던 것 같다. 퇴근을 하면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새벽까지 코딩을 하다가 잠들곤 했다. 주말이나 공휴일 같은 때에도 따로 약속이 없는 이상 항상 코딩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또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나의 개발 실력을 키우는 것이었던 것만큼 틈틈이 계속해서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새로운 기술보다는 현재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최대의 생산성과 함께 최고의 품질로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공부했다. 주로 퍼포먼스와 설계 방법에 대한 공부였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이 매일매일 즐겁고 새로울 수는 없었다. 코딩은 항상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진행해야 하는 것이었고, 시간이 한정적이었던 나에겐 더더욱 그랬다. 남는 시간은 모조리 코딩에 투자했던 탓에 매일매일 나에게 쉬는 시간이라곤 없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이지만 실제 제품이 나오기까지 가장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은 개발자였다. 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마케팅, 영업 등에서 해야 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러한 점에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지만 퇴사를 망설이고 있는 개발자(개발자가 아닌 사람들 또한)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지 묻는다면 스텔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권하고 싶다. 분명 현 직장 일을 하랴 스타트업 업무도 하랴 바쁘기도 하고 '풀타임으로 하지 못하는 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보험(현재 직장)이 주는 든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팀 구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