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비즈니스 조직과 애자일 팀 리딩 측면에서
패션/뷰티의 퀵커머스 팀과 사업의 리드를 맡게 된지도 이제 4개월이 넘어간다.
단기간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거래액 측면에서 3배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 내었지만,
그 과정을 함께한 동료들과 나는 어느정도 번아웃이 온 것 같다.
어떤 점에서 성과가 났지만, 또한 번아웃이 왔을까. 돌이켜보자.
1. 목표가 너무 높은건 아닐까? 팀원들은 고속 성장하는 팀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인가?
높은 목표가 주는 동기부여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팀 구성 부터 다시 살펴봐야 했다. 매우 공격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이어야 했다. 기존에 함께 했던 팀원들은 내가 방향을 잡고 채용한 이들이 아니었음에도 다행히 이 기준에 부합했다. 단순히 부합한 것을 떠나 매우 헌신적이었으며 팀에 기여했다.
월 단위로, 또는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2주 단위로 조금씩 업무 방향과 목표를 틀어서 부여하는 굉장히 애자일한 방식으로 팀을 리딩했음에도 여기까지 잘 따라와 주었고, 이제 신규 팀원들이 들어오면서 이들은 로켓의 추진체 처럼 그들의 몫을 다 하고 한번의 intensive-term 이후 휴지기에 들어갔다. (잘 회복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 그건 그들의 목표수준이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달려있다. 내 동기부여에 달려있다.)
2. 성장하는 조직에서 적절한 신규채용으로 다음 추진체를 준비했는가?
성장하는 조직/사업에서 사람의 숫자가 늘 급하지만 절대 하면 안되는 것은, 채용의 허들을 낮추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은 것에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헌신적 동료들이 그들의 혼신의 에너지를 다 쏟아주고 리프레시를 하는 지금, 팀으로써는 다시 한번 더 퀀텀점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새로운 인력들로만 그 퀀텀점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이들을 믿고 갈 수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다행히 기존 인력대비 조금 더 senior 들로 팀이 꾸려지고 있고, 면접과정에서 끝없이 의심하고 솔직한 팀의 방향성과 목표를 들려주며, '당신은 공격수 입니까? 독한 마음이 있습니까?' 를 계속해서 검증해왔다.
물론 다시 우리팀 2기를 그려나가며 앞으로 더 없는 혼란과 뜻밖의 블로커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이 또한 비즈니스의 일부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 - 스티브 잡스
3. 팀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애자일 방식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
일단위 시간단위로 몇가지 KPI 들을 끝없이 모니터링 하고, 그 너머의 환경을 알기 위해 팀원들과 고객의 이야기들을 끝없이 들어왔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비즈니스 흐름을 그려가며 팀내 조직을 계속해서 버전업하고 업무들을 추가/제거 하는 과정을 거쳤다. (제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추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보며 느낀건... 애자일한 변화는 매우 stressful 하며, 이를 동료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에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부분을 초반에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굴러가는 과정에서 쉽게 삐걱대는 동료들을 보게 될 것이다. 동료들은 팀의 변화에 대해 신뢰가 떨어질 것이고,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모두 다시 나에게로 온다.
4. 나의 쉼은 충분했는가?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사업적 clue 들을 끝없이 보고 이들을 조합해야 하는가 하면, 팀 동료들 개개인의 '의욕' 수준과 현재 업무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살펴서 그들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끝없이 생각하고 살펴야 한다. 불과 1~2년 전의 나였다면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에너지와 역량을 과대평가하거나 혹은 관리하는 법을 몰라 지금쯤 실패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냥 떠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대한 하루 정도의 연차를 통해 내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또한 업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위임' 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실천했으며, 나 말고 그 다음 헌신적 동료들에게도 '위임'을 알려주는 단계까지는 나아갔다. 내가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익혀간다.
그럼에도 현재 정서적 컨디션이 100% 인가? 그건 아니다. 늘 달리면서 쏘고 있다.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의 제목처럼,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고 있다. 7월에는 오롯한 휴식을 가지려고 하고 있으며, 책도 읽고 좋아하는 바다에도 가려고 한다.
5. 가장 중요한 것. 그럼 지금 행복한가?
놀고 먹는 행복이 이 행복이라면... 그렇진 않다. 그런데 묘하게 행복함을 느낀다. 무언가 주도적으로 내 커리어패스를 만들어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믿고 와주는 헌신적인 동료들을 발견하고 이들이 팀으로 함께 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함을 주는 것 같다. 또한 정말 믿어주고 나도 신뢰할 수 있는 나의 리더(=boss) 를 만나서 함께 가고 있다는 것 또한 큰 정서적 행복감을 준다. 물론 이전에 좋은 가정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훨씬 더 헌신적이고 현명한 배우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가끔 감사함을 잊고, 교만함을 갖게 된다. 이 부분을 늘 조심한다면 행복함은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