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om Oct 03. 2019

[여행] 판공초를 걷다.

여행이란 이름의 도피 1. 라다크. 판공초



레에서 출발한 로컬버스는 판공초 초입인 스팽믹까지만 운행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팽믹에서 메락 마을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고 다니는데 지프차를 대절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군요. 비용은 제가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라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지 지도를 살펴봅니다.


스팽믹에서 메락까지 도보로 가는 방법


약 20Km의 거리, 지금 짊어지고 있는 배낭의 무게 20Kg

대략 7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다린다고 메락까지 동행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어차피 외길이니 지나가는 차량이 있으면 히치하이킹을 하면 되겠다 마음먹고 판공초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찌나 무모한 생각이었던지... 4200m에서 20kg의 짐을 짊어지고 20km를 걸어서 가겠다는 게... 거기다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서 제대로 걷게 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을 때인데요..ㅎ


그래도 날씨도 좋았고, 구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판공초를 바라보며 걷는 길을 행복하더라고요. 힘들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돌탑을 쌓으며 가족들과 친구들의 건강을 빌기도 하면서 2시간여를 걸어 중간 마을(맨_Man)

에 가는 트럭을 얻어 탈 수 있었습니다.

판공초는 오후가 되면 바람이 많이 불고 구름이 끼기 시작해서 완벽한 반영을 담지는 못했지만 카메라를 가방에 넣을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광이었습니다.





















돌탑을 쌓은 뒤 남은 돌로 이름 남기기




트럭을 얻어 타고 10여분을 달려 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트럭을 타고 오다 보니 개울로 길이 여러 곳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계속 걸어갔었다면 건너느라 애를 좀 먹었을 거 같은데 덕분에 맨 마을까지는 쉽게 도착할 수 있었네요. 

트럭이 메락 마을까지 갔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요.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메락을 향해 걸어가 봅니다.




길가는 어린양을 구원해주신 고마운 분들




옆동네 비 구경



맨 마을에서 내려와서 메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날씨가 점점 어두워져 갑니다. 원래 산속은 해가 금방 떨어지는데 옆에 커다란 호수를 보며 걷다 보니 여기가 산속이란 걸 잊어버렸나 봅니다. 뭐 그래도 외길이니 걷다 보면 메락 마을까지 갈 수 있겠지 싶어서 계속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사람이 걸어옵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처음 보기도 하고, 메락 마을에서 오는 사람일 테니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면 되겠다 싶어서 반갑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외국인이네요?? ㅎ


물어보니 이 친구도 맨 마을에서 출발해서 메락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도중에 개울이 깊어서 건너기 힘들 거 같아 다시 돌아오고 있답니다. 이 글 초반에 지도를 보면 길이 이상하게 호수 중간에 들어가 있고 한 게 보이실 텐데 사실 이 구간은 길이고 뭐고 없거든요. 따로 절벽에 길을 낸 구간도 있는데 나머지 구간은 따로 길이 있는 게 아니라서.. 


그래서 둘이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고 이대로 걸어서 메락으로 갈지, 아니면 맨 마을로 돌아가서 내일 다시 걸어갈지, 마지막 수단으로 차량을 대절해서 메락 마을을 가야 할지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미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도 엄청 불고해서 이 친구가 맨 마을 입구에 봐 둔 건물이 있다고 거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가자고 해서 다시 맨 마을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고, 메락 마을을 가는 차가 오네요. 정말 신에게 감사하며 지나가는 차를 잡아탔습니다. 뭐 저희가 원한 히치하이킹은 아니었고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정말 저렴하게 메락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메락 마을에 도착하니 어느새 하늘은 별천지네요. 메락 마을에는 2-3곳의 홈스테이가 있는데 평이 좋던 암치 홈스테이에 함께 머물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곳에서 레에서 먼저 출발했던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었습니다.

개별 여행보다 여행사를 통해 오면 좋은 건 여러 가지 먹거리들을 챙겨 올 수 있다는 건데 덕분에 4200m에서 비어닭에 감자구이에 비빔면까지! 풍족한 저녁식사를 하고 별 사진을 몇 장 찍고 쉬러 들어가 봅니다.



 

메락 마을에서의 저녁식사




판공초 첫밤




메락 마을에서는 샤워는커녕 씻어야 하는 모든 것은 산에서 내려오는 빙하수에 씻어야 합니다. 빙하가 녹은 물이란 말은 엄청나게 차갑다는 거죠.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물티슈는 꼭 챙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도 챙겨간 물티슈로 샤워? 를 하고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 안녕 판공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