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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릭 Apr 24. 2019

"Whatever it takes"

스포일러는 없는 <엔드 게임> 관람 포인트

(스스포일러 없는) 


지난 3월 중순 <엔드 게임>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너도 나도 예측을 하는 듯 하여 저도 예상 비슷한 걸 제 블로그에 남겼었습니다. <엔드 게임> 개봉일을 맞아 이 글을 브런치 독자님들께 다시 소개합니다. 제 예상이 맞다 아니다를 떠나 이 글에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 거대한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엔드 게임>이 <인피니티 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한다면 <인피니티 워>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인피니티 워>가 무엇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주 선명한 대비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는 어벤져스 영웅들과 타노스를 구분짓는 한 가지를 아주 분명히 드러낸다. 타노스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해야 하는데(우리말 자막에서는 '가장 사랑하는'이라고 했지만 영어 대사에서는 '가장'이란 말은 없었다),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딸 가모라를 절벽에 던져 희생시키고 스톤을 얻는다. 반면 어벤져스를 비롯하여 가오갤 일행들은 친구, 동료, 연인을 포기하지 못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타노스에게 차례대로 스톤을 넘겨주게 된다. 타노스가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반면, 어벤져스 일행은 지구를, 스톤을 지키는 일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일 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영화 초반 토니에게 타임 스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토니나 피터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뒤에가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스톤을 타노스에게 건냄으로써 스스로 부정하는 데 이른다. (물론 닥터가 그들이 최종적으로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을 보고 그렇게 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영화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구/우주 전체를 지키는 것이 옆 사람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타노스가 스톤을 하나씩 얻는 과정에서 로키가 토르를, 피터/스타로드가 가모라를, 가모라가 네뷸라를, 완다/스칼렛 와치가 비전을 죽이거나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런 측면에서 타노스는 우주 전체를 위한 결단이라 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키지만 결국 악당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우주의 인구 절반이 사라지는 것이야 말로 우주를 구하는 길이라고 믿는다면, 핑거 스냅으로 사라지는 절반에 자기도 포함되어야 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 남는 절반에 포함되는 이상 우리는 그가 말하는 정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가 <엔드 게임>에서도 핵심 주제로 부각될 것 같다. 공개된 새 예고편에서는 "모든 걸 걸고(Whatever it takes)"라는 말이 반복된다. 어벤져스에게 주어져 있는 과제는 타노스를 이기는 것이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과제는 타노스가 했던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이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그 어떤 것을 걸고라도"라고 말할 때 거기엔 타노스가 가모라를 희생시켰던 것 같이, 혹은 우주의 절반을 죽이고 자신은 살아 남는 쪽에 남기는 것과 같은 방법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들 역시 또 다른 타노스일 뿐이다.) 결국 이들은 자기를 희생시킴으로써 타노스를 이기고 다시금 평화를 찾아올 것이다. 이미 몇몇이 <엔드 게임>을 통해 하차한다는 게 공식화된 이후 해당 배우가 맡은 역할이 죽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으니 그다지 새로운 예측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의 내적 흐름과 주제의 측면에서도 그들의 숭고한 자기 희생이 정당화되고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모든 걸 건다"는 말이 예고편에서 누구의 목소리로 전해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단서일 수 있겠다. 


출처: https://stereotype.tistory.com/entry/엔드게임-예측 [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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