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느긋한 성미에는 ‘굳이 빨리할 이유가 없는걸.’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을 타는 일이 그렇다. 사람들은 종종 이번 열차가 마지막인 것처럼 출입문을 향해 돌진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한 기분이 든다. 저 사람의 몸이 문에 끼일 것만 같아, 그리고 열차가 그대로 출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언제나 급히 열차를 타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냥 기다리는 게 답답해서 그러는 거 같아.” 나의 질문에 대한 친구의 답변이었다.
나는 열차를 기다리는 게 답답하지 않다. 승강장 사이를 걸어 다니는 일은 무료함을 달래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1-3 승강장에서 6-2 승강장 사이쯤을 걸어 다니다 보면, 어느새 열차가 온다. 깜깜한 출입문에는 하얀 글씨로 시가 붙여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시들을 보며 잠깐잠깐 생각을 한다. 내가 쓴 글이 여기에 붙여있다면 정말 기분이 좋겠는걸. 이 시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보통 이런 생각들을 한다. 그런데, 승강장 사이를 걷는 것. 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심심하지 않기 위해 승강장 사이를 걸어 다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