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총 41개의 출판사에 투고하였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이지요? 사실 적은 편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보낼 곳에 다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에요.
처음에는 에세이 전문 대형 출판사나 제가 평소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만 투고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거절 메일이 쌓이면서 마음이 쫄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첫 투고를 한 것은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긴 겨울 내내 출판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붙들고 있었는데 봄이 되자 그만 희망과 설렘 가득한 봄기운에 취해 투고를 결심하고 말았습니다. 첫 투고 메일을 보내던 날이 기억나네요. 전송 버튼을 누른 순간 온몸을 훑고 지나가던 긴장감과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여기에 설레는 봄의 공기까지 더해져 얼마나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던지요.
첫 투고 원고는 한 곳의 출판사에만 보냈습니다. 혹시 이곳에서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올까 봐 다른 곳에는 이메일을 보내지 못했거든요. 이렇게 현실을 몰랐답니다.
딱히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모른다는 기대감. 희망이 그렇게 무섭더군요.
답이 오지 않자 서서히 말라가다가 마침내 당도한 반려 메일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거절은 언제나 가슴 아픈 법이지요.)
그렇게 그날 이후로 투고 활동에 본격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하루 날을 잡아서 관심 있는 출판사에 몽땅 보내려고 했으나 출판사별 정보를 확인하고 양식에 맞춰 내용을 수정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군요. 현생(회사원)이 있다 보니 매일 작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군데씩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2~3일에 한 군데를 보내게 되고 마지막에는 하루에 7군데까지 보냈습니다. 투고 횟수는 저의 애타는 마음과 비례했겠지요?
출판사에 투고를 할 때는 출판사 홈페이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 이메일 주소와 투고방법을 확인했습니다. 착한 마음씨의 누군가가 다음 사람을 위해 인터넷에 올려 둔 메일주소가 있었지만 그사이에 바뀌었을 수 있고 출판사별 투고 방법과 양식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실제로 출판사에 따라 이메일이 아닌 홈페이지에 직접 투고하거나, 파일명을 영문으로만 기재해야 하거나, 임프린트 출판사가 아닌 모출판사에 투고해야 하는 경우 등 서로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투고하기 전에 반드시 출판사별 투고 방법을 확인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인터넷으로 확인된 출판사는 수백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홈페이지, 블로그 등 공식 사이트를 찾을 수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반면, 검색은 되는데 최근 몇 년간 출간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도 많았고요. 출간을 하더라도 1~2년에 한 권만 내는 곳도 있었는데 이런 곳은 제 원고를 받아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1년에 단 한 권이라면 얼마나 좋은 작품이어야 할까 싶었거든요.
결국, 고민 끝에 출판사 정보가 명확히 확인되는 곳, 투고에 대한 안내가 있는 곳, 지속적으로 출간이 이루어지는 곳, 제 원고와 색깔이 맞는 곳에 투고를 하였습니다.
출판사를 정하고 투고를 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수많은 투고 작품을 선별할 때도 이와 비슷하겠지요? 그러니 출판사에서 제 원고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너무 큰 원망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출판사에서 고심한 여러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것일 테니까요.
투고 메일을 작성할 때에는 편집자에게 수많은 이메일이 쏟아진다는 것을 고려하여 최대한 간결하게, 예의를 갖추어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출판기획서도 장황하지 않게 핵심 위주로 메시지를 담아 총 3페이지를 넘기지 않았고, 사전에 출판기획서 작성과 투고 방법을 강의한 영상, 관련 블로그를 통해 감을 익혔습니다.
특히, 유튜브에는 출판사 편집자 관점에서 본 투고방법, 작가 관점에서의 투고방법 등 다양한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자료들 덕분에 투고에 대한 막연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고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지만 투고를 준비하면서 전체 내용 중 약 30%를 삭제했습니다.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출판 작업을 하는 동안 그만큼을 다시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자신만만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출간계약을 하고 난 후, 출퇴근 전후나 약간의 빈 시간만 생기면 출판사와 소통하고 출간작업을 하다 보니 꽉 찬 하루 속에서 새로운 글을 쓸 시간과 주변을 돌아보며 영감을 얻을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어쩌다 글을 쓰려해도 계약이 체결된 이상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썼다 지웠다만 열심히 했지요.
출판사에서는 최대한 저의 의견에 따라 마감일을 조정하였으나 결국 출간작업 중에 10%만 추가로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불만족스러운 글을 포함하기보다는 분량이 좀 적은 편이 낫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악몽을 꾼 일이 있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드디어 출간 작업을 마치고 출판사에 인쇄를 요청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원고가 미완성이라 인쇄를 할 수가 없다고요!
그날은 어쩔 도리 없이 밤새 뒤척거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