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오늘도 참 괜찮은 하루였어'라는 저의 첫 에세이를 발간한 이후 그동안의 일들을 돌아보는 동시에 제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
메일 제목만 봤을 뿐인데 벌써 심장이 콩닥거립니다.
출판사로부터 원고 접수 메일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딸깍, 하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짧은 자동 메일이 보였습니다. 제가 보낸 원고가 잘 접수되었고 검토에 2~4주 정도 소요된다는 내용입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고가 잘 접수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것만으로도 두근거렸습니다.
그 뒤로 한 군데, 두 군데씩 차례대로 접수 안내 메일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받은 메일 중에는 작가 지망생의 마음을 헤아려 '무사히 접수'라는 표현으로 회신해 준 출판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 원고가 무사하다니. 무사히 잘 도착해서 책상 위에 올라갔다니. 정말 안심이 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자식 같은, 분신 같은 원고가 혹여나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담당자가 바빠서 실수로 지나치게 된 후 영원히 '읽지 않음' 상태로 사이버 공간에 갇혀 있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요.
또 다른 출판사에서는 비록 짧은 내용이었지만 편집팀 직원의 검토 후 정기 기획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는 절차를 안내해 준 곳도 있었습니다. 시간과 마음을 써서 메일을 보내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동시스템으로 발송된 메일일지라도 배려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읽지 않음'으로 표시되어 수신여부조차 알 수 없는 출판사, 수신 확인은 하였지만 답이 없는 곳도 많았습니다. 다 모두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자동 회신 시스템을 갖출 수 없거나,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여기거나, 영세하여 일손이 부족한 관계로 일일이 답을 할 수 없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요.
메일을 열자 "아쉽지만, 아쉽게도, 비록, 지금으로선, 이번에는" 등등 거절임을 직감할 수 있는 문구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반려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본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닫힌 문만 바라보느라고요.
지금 와 다시 보니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를 최대한 고심해서 상처받지 않게 쓴 흔적이 느껴지네요. 의례적인 거절 메일인데 제가 순진하게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해서 나쁠 것 없겠지요? 새싹 같은 작가 지망생을, 한 사람의 독자를 소중히 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요.
아래 2개의 메일을 함께 보시죠.
어느 출판사에서는 저의 원고를 '옥고'라고 표현해 주었습니다. 옥고란 옥 같은 원고 아니겠습니까. 단어부터가 귀한 느낌이 듭니다. 유감과 아쉬움을 두 번이나 연이어 표현해 준 것도 저의 자존감을 지켜줍니다.
이외에도 작가 지망생의 건승을, 앞날을 격려하는 메일도 있었고 출판사의 역량 부족이라며 제 원고에 채찍질하지 않으려는 고마운 곳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따끔한 매를 맞은 기분만 들었습니다. 조급함까지 더해져 다른 곳에 더 적극적으로 투고를 했지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멈춰 있지 않고 계속 투고하도록 불을 지펴준 셈이니까요.
끝까지 회신이 없는 곳은 작가 지망생을 피 말리듯 서서히 낙담하게 만듭니다. 날카롭게 아픈 충격 대신 잔잔한 실망감을 남기거든요. 심약한 분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거절의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랜 시간 동안 희망을 품고 기다려야 한다는 고약한 단점이 있지요.
제가 꼭 한 번 써 보고 싶던 반전의 문장입니다.
두 달 정도 투고에 매달려 있던 어느 날, 제게도 정말 반전 같은 날이 찾아왔습니다. 출판 계약을 제안하는 출판사가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나타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거절 메일로 생각하고 열었는데 중반부를 넘어가니 '출간'이라는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이게 실화인가?' 싶어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그중 한 출판사는 매우 친절한 회신을 보내왔는데 이메일 후반부에서 1안부터 3안까지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예약판매 기간 중 책이 안 팔리는 만큼 저자가 정가의 70프로만큼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약판매분이 다 팔리면 문제없지만 안 팔리면 계약금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비 출판도 아니고 기획 출판도 아닌 반기획으로 생각되었달까요?
그로부터 두 달 후,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도전'이었습니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버나드 쇼는 몰라도 누구나 아는 그의 명언 '갈팡질팡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시지요? 제가 바로 그의 말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늘 할까 말까 고민하다 허송세월하거든요. 이번에도 똑같이 굴면 다시 10년이 지나버릴 게 분명했습니다.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심이 선 후에도 며칠 더 심사숙고하고 마침내 더는 미루지 말자는 생각이 들 때쯤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속글에서는 계약 관련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